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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하는 농수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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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교외 남쪽에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헝지스 농산물 도매시장에서는 지난해 가을부터수출된 한국산 황금배가 신상품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이곳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산 배의 상품성과 시장성은 높이 평가할 만하나 가격과 품질관리 면에선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경청해야 할 지적이지만 우리쪽 관계자들은 그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을개선하는 데 별로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오히려 "한국산 배는 세계 최고의 맛을 자랑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수밖에 없고, 다소파손품이 있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는 식의 고자세를 보이기 일쑤다.누가 정해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농산물 중에는 자칭 ''세계 최고'' 가 많다.생산자.소비자 할 것 없이 모두 그렇게 말한다.''세계시장으로 도약하는 최우수 상품'' 이란 표현도 흔히 사용하는데그것 역시 실은 우리와 비슷한 일본으로 수출한 한 두 건의 사례에 근거한 것일 뿐이다.지난해 한국 농산물전람회에 다녀온 한 프랑스 전문가는 "된장.고추장.식초.버섯 등 한국에는 그네들이 주장하는 ''세계 최고'' 가 참 많습디다" 라고 했다.한국식 표현의 문제점을 꼬집는 말이었다.농산물 수출 세계 2위를 자랑하는 프랑스 사람들은 농산품의 맛과 특성을 비교하는 일에뛰어난 실력가들이다.그렇지만 그들은 서로 다른 과일들을 놓고 사과가 더 맛있고 바나나는덜 맛있다는 식의서열형 비교는 하지 않는다.이런 비교는 같은 상품들간의 품질등급을 매길 때나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파리를 방문하는 한국인과 프랑스 식당에 갈 때마다 "잘 모르는 음식들이군. 여하튼 최고로 맛있는 것을 주문하세요"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무엇이 최고일까. 그러나 세계화시대에 최고란 표현은 있을 수 없다.독자적인 특징이 있을 뿐이다.이런 특징들을 비교하는 능력이 농업수출의 기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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