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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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덤불 속에 애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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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저녁거리가 마땅치않아 깻잎이나 몇장 따야겠다며 나섰다.어머니는 몇해 전부터 길가 공지에 조그만 텃밭을 만들어 가꿔 오셨다.소일삼아 슬슬 하시는 것 같은데도 깻잎이며,콩이며,호박 등을 가꿔 이웃에게도 나눠주실 정도로 재미가 솔솔하신 눈치다.하지만 때로는 길가에 있는 텃밭인 탓에 행인들의 손을 탄다며 아쉬워하셨다.오늘은 충주 우리집에 다녀오신 후 오랫만에 밭에 나가신다면서 지난 폭우로 콩이 다 쓰러졌다고 혀를 끌끌 차셨다.밭에 나가보니 깻잎 사이로 엉겅퀴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부지런히 손을 놀리시던 어머니가 별안간 소리를 지르셨다.“아이구,하나님 감사합니다”라며 기도까지 드리시는 것이었다.“장원아,이것좀 봐라”하시며 가시덤불 속에서 뭔가를 들어올리시는데 탐스럽게 잘 익은 커다란 애호박이었다.“세상에,이 가시덤불 덕에 호박이 이렇게 잘 익도록 사람 손을 안탔구나”하시며 너무 좋아하시는데 순간 코끝이 찡해왔다.요즘 아내의 병으로 마음이 상해있는 우리 가정에 하나님께서 말씀해 주시는 듯했기 때문이었다.석양에 호박을 어깨에 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더없이 가벼웠다.비록 이해가 안되는 가시덤불이 있을지라도 그속에 축복을 감춰두시고 계신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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