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가 되면 부모들은 자녀의 새 담임을 찾는다．일년 동안 자녀를 맡아줄 담임과의 상면은 자녀와 마찬가지로 부모도 만남에 긴장하게 된다．서로의 첫 인상이 일년을 갈 경우가 많으므로 교사나 부모는 서로가 조심스럽게 마련이다．일년동안 동역자가 돼 자녀를 함께 키우는 일에 마음을 함께 해야 한다．그러나 교육에 대한 견해와 아이의 성향을 함께 나누고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첫 만남에서 전 학급 아이들을 골고루 고려해야하는 교사에게 자기 자녀만을 생각해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특히 남의 자녀를 흠 잡으면서 어떤 요구를 할 경우 교사를 불쾌하게 한다．물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자식이지만 남의 자식 역시 그 아이의부모에게는 소중한 아이임을 잊는 경우다．“우리 아이가 옆 짝 때문에 공부에 방해를 받는 것 같아요．그 얘는 전 학년에서도 소문난 개구쟁이였거든요” “우리 아이가 산만하니 앞에 좀 앉혀 주세요” “그 조 아이들이 우리아이를 따돌리는 것 같으니 조 좀 바꿔주세요”어떤 일에 대해 아이들은 사실대로 이야기하기보다 자신이 주관적으로 느낀 대로 표현하거나 자신이 불리한 부분은 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엄마,나는 조용히 공부하려고 했는데 옆 짝이 자꾸만 꾹꾹 찔러서 이야기했거든．그랬는데도 우리 선생님은 그 앤 야단 안 치고 나만 야단치더라” 이렇게 되면 부모의 불안하고 부정적인 추측이 발동하게 된다．“아이고,내가 학교에 안 찾아갔더니 그런 모양이다”내 자녀가 사랑받고 잘되기를 원하지 않는 부모는 세상에 없다．헤르만 헤세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서정적인 글이 있다．갓난 귀여운 아들을 둔 젊고 아름다운 어머니에게 아들을 위해 꼭 한 번 가장 좋은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신비한 약속이 주어졌다．어머니는 “아가야,나의 소원은 네가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거란다”라고 했다．아들은 어머니의 소원대로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그러나 아들은 교만에 가득 찼고 남의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날이 갈수록 그의 마음은 공허했고 타락했으며 영혼이 병들어갔다．그는 지쳐쓰러진 채 “저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힘을 가져가 주세요．그 대신에 제가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세요”라고 기도했다．고난을 당하게 되었지만 남을 사랑하게 된 그는 오히려 기쁨과 평온을 찾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어느 어머니라도 헤세의 책에 나오는 어머니와 같은 기도를 하고 싶을 것이다．그러나 사랑을 받기만 원하고 사랑을 줄줄 모른 사람의 영혼이 얼마나삭막한 것인가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부모는 자기 자녀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자녀들을 내 자식처럼 여길 수 있는 수용심을 가져야 한다．이 사회의 모든 아이들이 잘 자라야 내 자녀도 잘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자식에만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중년기의 성격발달 특성은 생산성이다．생산성은 자녀를 낳아 기르고 교육하는 희생적인 과정과 자신이 지닌 기술과 능력을 다음 세대에 전수함으로획득된다．이러한 생산성의 결실은 단순히 자녀를 낳아 기르고 과업을 생산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자신이 쏟은 열정과 희생이 후 세대에서 결실되는 기쁨이 수반돼야 하는 특성이 있다． 나의 자녀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밑거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우리 자녀들이 살아가야 할 사회를 위해또 모든 자녀들의 바른 성장을 위해 우리가 드려야 할 기도는 어떠해야 할까．다윗을 죽이려 한 요나단의 어리석은 아버지 사울 왕에게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