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답사 다니는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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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족상 수상 최성호씨 가족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고 해서 가족이 화목하고 함께 있는시간을 많이 갖는 것은 아니다.물질적인 풍요로움이 도리어 가족 구성원에게 제각각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줘 온 가족이 오순도순 공동의 문화를 가꿔가기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경기도 일산에 살고 있는 최성호씨(44·산솔건축설계사무소 소장)네는 십여년째 온가족이 함께 꾸려가는 독특한 가족문화를 지니고 있어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있다.남들보다 조금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이기는 하나 맞벌이부부여서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그러나 사회적으로 아무리 성공한다 하더라도 가족만큼 소중한 존재는 없고 자녀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가장 큰 재산은 부모와 함께 보낸 따뜻하고 의미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에서 공동의 행사를 만들어 오고 있다.이런 노력으로 최씨네는 지난달 말 문화관광부와 여성신문사가 지난달말 공동개최한‘제2회 가족문화상’ 시상식에서 문화가족상을 받았다.‘문화유산답사’와‘손님초대하기’,‘야외 놀이동산 가기’ 등 독특한 가족행사를 통해 소중한가족공동체의 가치를 지켜왔다는 평가를 받은 것.최씨 가족의 우리집 문화 가꾸기는 16년 동안 맞벌이를 하면서도 불평없이 가족의화목을 지켜낸 부인 김정선씨(40·건축구조기술사)와 사려 깊은 큰 딸현정양(12·초등 6년),귀염둥이 막내 아들 현우군(7·S초등 1년) 이 펼치는 화합과 조화로 이뤄지고 있다.이 가족이 가장 자랑스럽게 내놓는 대표적인 우리집문화는 문화유산답사.최씨가89년 가족과 함께 여행삼아 답사를 시작한 것이 어엿한 문화로 자리를 잡아 벌써10년째 이어지고 있다.최씨 가족은 방학이나 주말이면 2∼3일 일정으로 연 15회 정도 우리땅 곳곳의유명한 고적지와 와 옛집,박물관등 조상들의 삶의 지혜와 굴곡이 많았던 우리역사의숨결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문화유산들을 찾아 간다.최씨 가족이 그동안 들린 곳은 경주 부여 안동 등 국내 대표적인 유적지들 백여차례 답사를 하다보니 이제는 안가본 곳을 손꼽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특히 현정양은 이미 ‘서당개 풍월’ 수준을 넘어 옛 궁성이나 집,절터의 주춧돌만 봐도 먼 옛날 위풍당당했을 건축물의 규모를 짐작할 정도로 초등학생답지 않은 문화적 안목을갖추게 됐다.부모가 다 알아서 답사계획을 짤 수 있지만 우리집문화란 가종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야한다는 생각에서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해 준비한다.어떤 일이든 자신이 할역할이 있다는 것은 자녀들에게 소속감과 책임감을 불러일으키고 커서는 어떤 곳에서 일을 하게 되든 적극적으로 자신의 몫을 찾는 자세를 길러줄 수 있다는 장기적인 고려도 있다.아버지 최씨는 답사 예정지가 있는 지방의 자치단체로부터 문화유산리스트를 받아 여행 일정을 짜는 일을 한다.어머니 김씨는 답사여해을 하면서 먹을음식을 장만하는 등 알뜰한 경비 지출계획을 짠다.딸과 아들은 답사가 끝난 뒤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을 슬라이드로 만들어 보관,정리하는 작업을 맡는다.김씨는 “문화유산답사는 아이들에게 한국문화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주고 우리문화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바로잡아 주는데 큰 도움을 준다”며 교육적인 효과가 크다고 강조한다.그러나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답사여행을 통해 가족들이 서로 대화를 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준비과정에서부터 여행을 끝낼 때까지의견이 일치돼야 만족스런 여행이 되기 때문에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이런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의 고민을 알게 되고 아이들도 부모의 힘든 부분도 느끼게 돼여행을 다녀올 때 마다 가족의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덧붙였다.또 하나의 가족문화는 주말에 손님 초대하기.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최씨가밖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가족들이 다양한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하기 위해 고안한 행사다.최근에는 10여명씩 몰려 오는 손님을 맞기 위해 소파 등불필요한 집기는 아예 치워 버리기도 했다.최씨는 “손님초대는 85년부터 한달에1∼2번씩 꾸준히 해 온 우리 가족의 독특한 행사”라며 “온 가족이 다양한 직업을가진 손님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간접 경험을 하고 견문도넓어진다”고 말했다.이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2년전 또다른 가족문화를 만들어 냈다.자녀들이 마음껏뛰놀고 자연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도록 매년 4∼5차례 야외 놀이공원을 가는행사이다.이제까지의 가족문화가 어른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반성에 나온것.결과는 아이들로 부터 ‘대만족’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답사여행을 통해많이 해소됐기는 했지만 맞벌이부부로 평소 늦게 들어오는 일이 많아 아이들과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없는 것이 늘 미안했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이들은 최근 새로운 계획을 또 세웠다.현정이가 초등학교 1학년부터 6년째기록하고 있는 유적답사 일기를 출간하는 일과 전국 각지를 돌며 촬영한 1만여장의슬라이드 필름을 정리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담는 일.내년부터 축구와 농구,야구 등다양한 스포츠 행사에도 참여할 계획이란다.“친구들이 자기 아빠는 휴일날 하루종일 잠만 잔다고 투정하는 것을 보고 깜작놀랐어요.우리 엄마와 아빠는 주중에는 밤늦게까지 일하시지만 주말에는 어김없이우리랑 놀아주거든요”우리시대 드물게 가족문화의 혜택을 듬뿍 받고 자라고 있는 현정양의 웃음은 맑고투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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