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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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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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는 여성들에게21세기는 미지의 세계다.미지의 여행을 위한 최우선의 준비는 정확한 지도를 손에 쥐고 길부터 찾아놓는 일이다.첨단기술의 발달로 모든 것이 뒤바뀐다고 야단들이다.끝간 데 없이 호화롭게 살줄 알았던 우리 앞에 그동안 풍성했던 푸른 돈 `달러'는 갑자기 불안한 춤을 추었고 아직도 그 요상한 율동은 멈추지 않고 있다.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 새 세상이 올듯 모두들 기대에 차서 의기양양 했지만 지금은 모두가 높은 곳을 바라보기에도 지쳐 텔레비전조차 끄고 산다는 소리를 한다.이 무슨 일인가.어디서 무슨 바람이 불어와 어디로 가는지 몰라 모두들 허둥대다가 차츰 바람 앞에 비켜 앉아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그렇다.더 늦기 전에 서둘러 `우리의 길'을 찾아야 한다.그것은 다름아닌 `사람의 길'이다.아무리 21세기가 사이버공간에서 황금과 쾌락을 준다해도 이 길만은 변함이 없다.아침마다 공원 산책길에서 사람들을 눈여겨 본다.몇주 전에 고등학생 아니면 재수생 정도 되는 청년이 공중전화를 걸다가 전화부스를 꽝꽝차며 큰 소리를 질러대는 광경을 가슴 서늘함 속에 보았다.`엄마 때문에 미치겠어요” “엄마 엄마 내가 가서 때려 줄 거예요”그가 반복해서 질러대는 고함은 연못가에 나와 앉은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고개를 돌려 정신 없이 쳐다보게 만들었다.걷고 있던 사람들도 놀라서 그 청년을 바라보았다.무슨 일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이른 아침이라 그냥 연못 주위를 돌며 관찰만했다.서울대 입학식에 가서 교과서를 타려고 줄서 있던 조카를 기다리다가 본 비극적 광경이 떠올랐다.갑자기 한 신입생이 줄에서 뛰어 나와 내 옆에 서있던 아주머니에게 다가오더니 막 비난하기 시작했다.“뭐야 엄마,내가 계속 오라고 했잖아! 뭐야 뭐야”주먹으로 어머니를 칠 듯이 화를 내고 있었다.정말 옆에 있기가 민망했다.아들 입학식에 따라온 어머니는 남이 눈치채지 못하게 아주 작게 “그래 그래 알았어”하며 지친 모습으로 뒤돌아서고,아들은 마침내 모자 뒤에 서 있는 대학버스의 유리창을 주먹으로 쾅쾅 내리쳤다.이 두개의 메마른 광경의 목격은 어느 새 우리 사회에 자식과 부모,어머니와 아들의 일그러진 관계,서로 상극이 되어가는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동 시대의 어머니로 만감이 교차했다.어떤 원인에서 문제가 시작되었든 오늘의 가정문제는 결국 이 시대 어머니들의 실패며 어머니들의 실패는 곧 우리 여성의 실패임을 생각하게 한다(여성에서 모성을 떼어내는 것은 여성의 몸에서 자궁을 떼어내는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일찍이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남성적인 것을 구원한다고 말했다.그런데 바로 이 시대 우리 여성들의 실패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휩쓸려 멋모르고 살아오는 동안 우리 모두 ` 사람의 길'을 잃고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닐까.가정은 물론 사회 전체,더 나아가 나라와 나라 사이 보이지 않게 굳어온 일방통행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더욱 심화되어 이제 터져 나오는 것은 아닐까.남성과 여성,남편과 아내,자녀와 부모,가정과 학교,가정과 사회,가정과 국가….21세기 기독여성들은 이제 우리 사회를 황폐하게 만든 황금만능의 가치관을 과감하게 밀어내고 가정과 사회에 `사람의 길'을 지켜주는 지킴이와 살림꾼으로 적극 나서야 한다.억눌렸던 여성들이 일어나 남성들의 무거운 등짐을 내려주고 함께 꾸려가는 사회,여기에 기독여성의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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