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아버지가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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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기억이지만 짜증스레 보채는 어린아이의 엉덩이를 솥뚜껑만한 손바닥으로 사정없이 내리치는 한 아빠를 파리 지하철에서 본 일이 있다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너덧살밖에 안된 어린애를, 그것도 지하철 안에서 그토록 때리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그러나 요즘은 "그런 아버지가 없다" 는 탄식이 터져나오고 있다.지난달 파리의 프랑스 전국 코뮌대표회의에 참석한 3만5천명의 시장을 상대로 여론조사기관인 소프레스가 지역사회 치안불안 요인을 조사했다.'부모의 권위 실종' 이 55%로 가장 많았다.부모가 자식교육을 똑바로 못해 청소년 일탈 (逸脫) 을 낳고 이것이 사회불안으로 이어진다는 진단이다. 치안회복을 위해서는 실종된 부모권위를 되찾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이 지난달 8일자 프랑스 정부 관보 (官報)에는 희한한 공람이 실렸다."청소년 탈선문제와 관련, 각급 공공관서는 부모를 '재동원' 해 자녀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 이 하달내용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부모의 권위 회복에 나서는 민간단체 활동 지원에 6천3백만프랑 (약 1백45억원) 의 예산도 책정했다.얼마 전에는 비행 청소년 부모의 사회보장 혜택을 일시 박탈하자는 주장까지 나왔었다.제대로 된 자녀교육을 시민적 의무로 보고 의무를 다하지 못한 시민에 대해서는 권리도 제한하자는 취지였다. 특히 부권 (父權) 실종에 대한 우려가 높다."아버지가 더이상 사회적 가치관의 전수자 노릇을 못하고 있다" 고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프랑수아즈 위르스텔은 말한다.'친구같은 아빠' 만 있지 '아버지다운 아빠' 가 없다는 탄식이다.조만간 파리 지하철에서 어린애 엉덩이를 향해 돌진하는 프랑스 아빠들의 손을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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