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증오가 식욕감퇴
본문
지나친 증오심은 식욕감퇴·불면증 유발신앙과 건강70대 부인이 정신과를 찾아왔다.불면증이 심했다.세상 살 맛이 안나고 짜증만 난다고 했다.건망증도 심해서 `혹시 치매가 아닌가'걱정된다고도 했다.음식도 못먹고 있었다.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도 했다.동행한 딸의 설명은 간단했다.“우리 어머니는 아버지가 미워서 병이 났어요” 부인은 억울하고 서러운 젊은 날을 보냈다.남편이 외도를 자주 했다.남편은 유산을 탕진하며 젊은 시절을 거의 작은 집에서 살았다.부인은 이를 악물고 돈을 벌었다.자식들을 모두 잘 가르쳤고 재산도 모았다.이제는 나이도 들고 편하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날 `늙고 힘 없고 돈 떨어진' 남편이 부인을 찾아 왔다.부인은 남편이 `기어 들어왔다'고 모멸적으로 표현했다.차마 문전 박대할 수가 없어 받아들였지만 남편의 얼굴을 대할 때마다 증오심이 끓어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남편의 내의를 빨 때나 밥상을 차릴 때 “내가 왜 이 사람을 위해서” 하는 생각이 치밀어 오르면 손까지 부들부들 떨린다고 했다.그래서 딸들이 어머니를 모셔 갔다.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밥은 끓여 먹었을까”“연탄불 갈 줄도 모르는데 냉돌에서 떨고 있을 거야” 자꾸만 남편 걱정이 되어 견디기가 힘들었다.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서둘러서 집으로 돌아왔다.막상 남편 얼굴을 대하고 보면 또다시 미운 감정이 치밀었다.부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그리고 병이 왔다.부인의 심경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부인의 증오심 뒤에는 사랑이 숨어 있었다.필자는 부인에게 “괴로우신 심경은 충분히 이해됩니다.젊은날 그 긴긴 밤에 얼마나 외롭고 억울하셨겠습니까.그러나 그래도 믿을데는 조강지처밖에 없어 찾아온 남편이 불쌍하잖습니까.용서하시지요”라고 권했다.부인은 마음을 바꿨다.겸상을 해서 밥을 먹고 이부자리도 나란히 깔았다.물론 불면증도 치료됐다.“여간 채소를 먹으며 서로 사랑하는 것이 살진 소를 먹으며 서로 미워하는 것보다 나으니라”(잠언 15:17) 증오심은 사람을 병들게 할 뿐이다.이무석 교수〈전남대의대 정신과〉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