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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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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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내가 원하던 이상형이 아냐.머리 묶은 모습을 보면 꼭 마귀할멈같아"마흔 가까운 나이에 늦장가 든 남편이 신혼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이런 소리를 내뱉는다.아내는 아직 신혼여행의 달콤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던 참 이었다.그런데 이 무슨 날벼락인가.어느날 안경을 벗은 채 머리를 뒤로 따올렸는데,그 모습에 대해 남편은 이상할 정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그런 뒤로 남편은 아예 부부관계마저 피하고 있다.남편은 노골적으로 임신을 원치 않아서라고도 말한다."날 사랑하지도 않는데,이렇게 살 수 있나.가정부도 아니고." 급기야 아내는 친정에다 이런 사실을 알렸다."지금 와서 후회한들 어쩌겠니. 37세 노처녀를 간신히 시집보냈더니 이 무슨 낭패인가" 부모 역시 한숨어린 자조다.아내는 마침내 남편에게 헤어지자고 제안했다.그러나 남편은 "그냥 친구처럼 지내자,혼인신고 안하면 어떠냐"는 투다.성공하면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이 간혹 있다.`성공우울증'이라고 한다. 남편은 의학적으로 성공우울증 환자다.남편은 이상적인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돈을 열심히 모았다. 그리고 고르고 고른 끝에 한 여자를 선택했다.그러나 행복의 순간은 잠깐,곧 허무함과 무력증에 빠진다.남편은 요즘 "내가 그동안 돈을 뭣하러 벌었나"하고 회의를 느끼고 있다.여자에 대한 두려움이 잠재돼 있어서인지 모른다."함께 지내다 혹시 정들면,내가 어떻게 처신해야 되나"하는 막연한 두려움같은 것이다.이상적인 여자에 대한 콤플렉스도 `완벽한 여성'에 대한 환상 때문에 생겼다.주위에선 그를 `괜찮은 남자'로 평가한다.너무 가난하게 살았던 그의 과거.그래서 돈만 보고 살았다.그는 경제적으로 성공하면,부부생활도 행복해질거라고 여겼다.그러나 그는 결국 착한 여자를 불행에 빠지게 한 셈이다.남편은 변할 수 있을까. 쉬운 일은 아니다. 정신치료란 정신병 환자에게만 적용되는 치료가 아니다. 남편은 아내와 헤어지든, 정신치료를 받든 둘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될 것 같다./신승철<남서울병원장.신경정신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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