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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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회당을 책임지고 있는 한 유대 랍비가 있었는데 이 랍비의 특징은 성인교육에는 열의를 보이는 반면 젊은이나 어린아이들의 종교교육에 대해서는 열의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그저 평범한 프로그램만을 가질 뿐 특별한 프로그램들을 자제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식으로 표현한다면 학생 철야기도회를 갖는다든지, 수련회 기간 중 회개와 결단의 밤을 갖는다든지 하는 특수 프로그램을 허락하질 않았습니다. 제자들은 이것이 의아했습니다. 깨우치고 일깨워서 성숙하고 굳건한 신앙 어린이, 신앙 청년을 하루 빨리 만들어야 겠는데 랍비가 이것을 허락하질 않는 것이었습니다.그래서 제자들이 랍비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왜 선생님은 그토록 어른교육에는 열과 성을 다하시면서 젊은이나 어린아이들에게는 그와 같은 교육적 열성을 나타내시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랬더니 랍비가 빙그레 웃으면서 하는 대답이 이렇습니다. "어렸을 때 예방주사를 놓아주는 것은 커서 진짜에 걸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지..."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는 시절에 어설프게 영적인 것을 경험하게 하면 그것이 면역이 되어서 정작 진짜를 경험하고 결단해야할 때에는 그렇게 되지를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좋지않은 면역을 길러주지 않으려고 그렇게 회당을 운영한다는 것이었습니다.저는 이 글을 대하면서 랍비의 말에 머리가 끄덕여졌습니다. 어쩌면 오늘 우리 시대의 종교적 현실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사람만큼 종교성 강한 민족도 많지 않습니다. 종교인구 합계가 전인구를 합산한 수치를 상회하는 것처럼 종교라는 맛을 조금씩은 맛본 이 민족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모두가 종교에 젖어살면서도 전혀 종교적이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또한 우리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전도를 해봐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 전혀 생소한 사람 없고, 교회에 발 한번 들여놔보지 않은 사람 없습니다. 다 한번쯤은 예수 소리를 들어봤고 한번쯤은 교회에 발을 디뎠던 사람들입니다. 교회에 안다니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옛날에 학생회장을 했니, 청년회장을 했니, 임원을 맡았니, 성가대를 했니, 아주 자랑스럽게 말들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저들이 왜 지금은 교회를 등지고 하나님을 떠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는 어설픈 옛체험을 절대화했기 때문입니다. 조금 앓아본 그때 그 신앙의 열병이 거듭나기 위한 열병의 전부인줄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겪어봤더니 별거 아니라는 거지요. 면역이 생긴 것입니다. 그래서 진짜에 걸려들지 않는 겁니다.저들의 경우만 아니라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는 오늘 우리의 현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그릇된 면역성이 우리로 하여금 진짜에 걸리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초신자가 더 열심있다는 말은 바로 것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저들은 면역이 안되었기 때문에 진짜에 빠져드는 것입니다. 상당수의 기존신자들이 어려서 부터 믿어왔고 또 지금도 믿는다고 하는데 어찌된게 참된 종교인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자신이지를 못하다는 자기발견을 하게 됨은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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