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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대한 지도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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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의 군사학교들은 성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매우 엄격했다.가령 해군대학의 규정에도 생도들이 '자위행위를 하거나 몽정(夢精)한 사실이 발각되면 무조건 퇴출시킨다' 는 조항이 들어있을 정도였다.자위행위는 그렇다 치더라도 몽정까지 엄벌한 것은 성에 대한 당시의 허위의식이 어느 정도에 이르고 있었는가를 짐작할 만하다.군사학교뿐 아니라 일반사회에서도 청소년들에게는 순수한 이성교제조차 음란행위로 간주할 만큼 섹스는 무조건적인 금기의 대상이었다. 가벼운 성범죄도 엄벌에 처했다.성에 대한 이같은 허위의식에 과감하게 반기를 들고 나선 사람이 뉴욕 소년재판소의 벤저민 린제이 판사였다.그는 1925년 청소년 성범죄에 관한 재판기록.조사통계 등을 토대로 '현대 청소년의 반항' 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섹스는 생물학적인 것에 불과하며, 성욕은 식욕과 다를 바 없다' 는 전제아래 씌어진 이 보고서는 위선적인 성모럴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성과 관련한 모든 법령은 대폭 개정해야 한다고 외쳤다.이 보고서는 한동안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으나 '음란성을 조장하는 자' 라는 집중포화를 받은 린제이는 결국 판사 자리에서 물러났다.그 후에도 허위의식을 벗고 성문제에 솔직하고 진지하게 접근한 보고서는 여러 차례 나왔다.대표적인 것이 55년에 나온 '킨제이 보고서' 와 그로부터 10년 후에 나온 '마스터스 보고서' 다.킨제이 보고서는 '쾌락을 위한 섹스는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 는 불문율을 깨고 인간의 성행동에 대한 다각적 고찰로 섹스의 신기원을 이룩했으며, 마스터스 보고서는 인간의 성 반응을 치밀하게 관찰해 여러 가지 새로운 생리학적 사실들을 규명해 냈다.이런 보고서들이 섹스에 관한 오해와 편견을 얼마쯤 씻어주는 데 적잖이 공헌한 것은 사실이지만 궁금증과 호기심을 오히려 부추긴 측면도 없지않았다.보통사람은 생각도 못했던 비정상적인 섹스나 변태적인 섹스를 보편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지적도 있었다.최근 세계보건기구(WHO)자문위원인 영국의 여성박사에 의해 홍콩에서 출간된 '인간의 성적 행위에 관한 지도(地圖)' 도 마찬가지다.'인간 유전자 지도' 와 거의 동시에 빛을 본 이 보고서는 섹스에 관한 모든 문제를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해결서로 각광받고 있으나 역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문제다.인간에게 있어 섹스는 영원한 숙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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