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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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양보해 주는 우리의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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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들의 치료를 위해 얼마 전 원주기독병원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원주기독병원은 강원도에서 제일 크다는 규모에 걸맞게 접수하는 일부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접수하는 창구가 여러개였지만 창구마다 사람들은 길다랗게 늘어서 접수처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습니다. 병원에 가보니 세상 사람 모두가 다 아픈 사람 같았습니다. 여러 개의 줄 중에서 한 줄을 택해 줄을 섰습니다.그중 길이가 짧은 줄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모든 줄이 복도로 한참 늘어져 있어 그줄이 그줄이었습니다.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지만 좀처럼 줄은 줄어들 줄을 몰랐습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마다 지치고 따분한 표정들이 가득했습니다. 급한 마음에 그랬겠지만 어떤 사람은 은근슬쩍 새치기를 하다가 뒤에 선 사람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고 머쓱한 표정으로 물러 나오기도 했습니다.차례를 기다리는 데에는 굉장한 인내심이 필요했습니다.그래도 한참을 기다린 보람이 있어 나는 제법 앞쪽까지 갈 수가 있었습니다.이제 몇 사람만 지나면 내 차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참 뜻밖의 일이 그곳에서 일어났습니다. 두 줄 건너편에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한 중년의 남자가 서 있었는데, 문득 뒤돌아보니 한 아주머니를 큰 소리로 불렀습니다. 부르는 소리를 따라 뒤돌아보니 한 아주머니가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고, 아주머니 등에는 아기가 업혀 있었습니다. 엄마 등에 업혀 지친 아기는 계속 칭얼대고 있었고, 아주머니는 울어대는 아기를 달래느라고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 분은 아기를 업은 아주머니를 불러 자기가 서 있던 자리를 내어주시더니 당신은 아주머니가 서 있던 뒷편 자리로 돌아가 서는 것이었습니다.이제 얼마 안 있으면 당신 차례, 오래 기다려 맞은 자리를 아기를 업은 아주머니에게 양보를 하고선 또 다시 뒷편으로 돌아가서는 모습이 참으로 신선했습니다. 자리를 양보 받은 아주머니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해 어쩔 줄을 몰라했지만 그런 아주머니의 마음을 뒷편으로 물러 선 분은 조용한 웃음으로 받을 뿐이었습니다.그 모습을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던 많은 사람들이 보았습니다. 얼마나 흐뭇하고 고맙던지요. 그 따뜻한 배려는 줄을 서서 기다리느라 지칠 대로 지친 많은 사람들에게 편안한 여유와 즐거움을 전해 주었습니다.잠깐의 양보가, 몇 걸음 뒤로 물러서는 자기희생이라는 작은 미덕이 주변의 지친 사람들 마음속에 그토록 크여유와 즐거움을 전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몇 걸음 물러서는 것, 그것은 귀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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