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신나는 남자 미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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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리를 깎을 때 미용실을 간다.몇년 전 처음 갔을 때는 무척 쑥스러웠는데지금은 제법 익숙해졌다.단골미용사는 남자다.해말쑥하게 생긴 삼십대중반이었다.그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열심이다라는 생각이 든다.가위질이나 퍼머세트를 마는 모습이 아주 숙련돼 있었다.“어떻게 남자 미용사가 됐어요” 내가 물었다.여자들속에 들어가 직업을 잡는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15년 전이었어요.앞으로 유망하다고 해서 뛰어들었어요”그의 과거가 옅은 물감같이 풀리기 시작했다.그는 미용학원에 등록했다.수많은 미용사중에서 남자는 그 하나였다.공부보다도 훨씬 재미있었다.다만 남들이 천하게보는 듯한 시각이 마음 아팠다.기술을 배운 후 미용실에 취직을 했다.어떤 고객은“에그머니 남자잖아 징그러워.난 남자한테는 머리 못해요”라고 그를 물리쳤다.그는 돈보다 일이 더 재미있었다.미용실로 들어올 때 촌스러워 보이던 헤어스타일이 나갈 때는 세련된 황태자비 같이 변한 모습을 보면 마음이 흐뭇했다.일요일도 쉬지 않았다.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니까 하루종일 서 있어도 고통스럽지 않았다.다리는퉁퉁 부었지만 마음은 조금 더 다른 스타일의 머리를 하고 싶었다.집에 있을 때면각국의 미용잡지들을 가져다 놓고 헤어스타일을 익혔다.여성들의 얼굴형과 머리형태를 공책에 써가면서 공부했다.최고의 미용사가 되고 싶었다.이따금씩 실망스러울 때도 있었다.주부들중 어떤 여성은 그가 손대는 머리 부분마다 일일이주문을 했다.미(美) 창조가인 그의 뜻과는 다른 형태였다.그는 손님의 뜻을 거스를 수없었다.마침내 결과로 미운 머리모양이 나왔을 때 그는 여자손님에게 눈물이 나도록욕을 먹기도 했다.오는 분들의 성질도 가지가지였다.한번은 이런 일이있었다.가위질을 하다가 여자 손님의 귀를 썰어 놓았다.피가 뚝뚝떨어졌다.당혹한 그는 놀라서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거울을 통해 귀가 다친여자손님은 그를 안심시키면서 귀에 탈지면을 대고 지혈시켰다.그리고 용서했다.어느새 십 오년이 흘렀다.일보다 손님의 비위맞추기가 더 힘들었다.머리하는 동안내내 재산 자랑하다가 돈 낼때면 값을 깎는 얌체족도 있었다.몇 번 오고는 돈꾸어 달라는 사기꾼도 있었다.이제는 말 몇마디 건네면 그 여자의 지갑속까지 보이는 경지에 왔다고 그는 말했다.“제 누나는 공부를 미용사하듯 열심히 했으면 벌써 출세했을 거라고 말해요” 그가 옷으면서 말했다.미켈란젤로는 부모가 그토록 싫어하던 석수장이를 집요하게 따라 다닌 덕분에 오늘날까지 추앙받는 조각가가 되었다.마틴루터는 아버지가 요구하는 학과때문에 수많은 갈등과 부적응을 겪고 마침내 부모의 뜻을 어겨가면서신학대학에 들어가 세계의 역사를 바꿨다.그에게 알려주고 싶은 얘기였다.“신나게 일할 때면 기대한 것보다 훨씬 멋있는 헤어스타일이 나와요.그런 때 정말 기분 좋아요” 그가 자랑했다.재미있게 일하는 건 인생을 즐겁게 사는 것이다.또 일자체를 잘하는 방법이기도 하다.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일따로 생각따로 흩어지게 되면 일에 능률이 안오르고 일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없다.일과 생각이 하나가 되어 순수하게 집중하고 몰입하면 그 일을 통해 일의 기쁨만이 아니라 마음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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