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민병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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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명예교수 민병일 박사그가 살아온 인생의 절반은 봉사의 삶이었다.누가 시킨 것도,무엇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었다.처음에는 남을 즐겁게 하는 일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봉사의 길을 걸어왔다.칠순을 바라보지만 청년같은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민병일 박사(69·서울대 명예교수·신촌성결교회)는 그 비결을 욕심을 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민박사는 올해로 33년째 구순구개열(언청이)환자들에게 무료수술을 해줘 새삶을 살게 했다.이런 그의 업적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국제구순구개열재단은 지난 7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제1회 세계학술대회에서 국제봉사대상을 민박사에게 수상했다.그는 남에게 알려져 상을 받았다는 것이 자랑스러운 것보다 남에게 무엇인가 베풀어 기쁨을 얻게됐다는 것이 큰 보람이라고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시상식에는 62개국의 의사들이 참가했는데 10년 이상을 혼자 꾸준하게 봉사활동을 한 사람은 민박사 한사람 뿐 이었다.그들에게 민박사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한국은 물론 이미 세계에서도 구순구개열 전문 의사로서는 권위를 자랑하는 그가 더 많은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후배양성과 봉사로 일관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민박사가 처음 언청이 무료수술을 하기 시작한 것은 64년 베트남 전쟁 초기였다.당시 육군 수도병원 군의관으로 군복무를 하게 된 그는 우연하게 찾아온 언청이 환자를 고쳐준 것이 이 일에 관여한 시초였다.전시중이라 총상을 입고 온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는 평생 남에게 손가락질을 당할까봐 고개를 숙이고 살았던 언청이 환자를 고쳐주는 데 더 정성을 들였다.신체적 결함으로 남들앞에 떳떳하게 설 수 없었던 환자들은 그의 손길을 거쳐 정상인의 모습을 되찾았다.“보통 20,30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살면서 얼마나 힘들었겠어요.심지어는 환갑이 될 때까지 그 모습으로 살아온 사람도 있었어요.그때까지 남앞에 자신있게 나서지도 못했겠죠.수술 후 마치 새생명을 얻은 것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이것이 앞으로 내가 할일이구나 생각했죠”15개월동안 근무하면서 무려 18명에게 수술을 해주었다.제대를 하고 67년 서울대 교수로 발령을 받은 그는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무료수술에 나섰다.국내 여러 지역중 제일 오지이면서 의료혜택이 전혀 없는 지역을 택했다.제주도 였다.당시 제주도는 아주 날씨가 좋을 때만 사람들의 왕래가 가능했던 곳이었다.그후 매년 여름 휴가를 제주도 해수욕장이 아닌 수술실에서 보냈다.평상시 사람좋기로 소문난 그는 수술실에 들어서기만 하면 무섭게 변했다.하루 꼬박 선 채로 3명씩을 수술하고 숙소로 돌아오면 온 몸은 파김치가 됐다.그래도 게으름을 피울 수 없었던 것은 휴가라는 한정된 시간에 돌봐야 할 환자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제주도의 무료봉사는 30년동안 계속됐고 울릉도 삼척 울산 구미 진주 등으로 자리를 옮겨 환자를 돌봤다.민박사의 손을 거쳐 아름다운 모습을 찾은 이는 무려 1000여명.더 많은 숫자를 치료할 수 있었지만 양적인 데 연연하지 않았다.한 사람이라도 온전하게 치료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그는 언청이 환자는 인구 500∼600명중 1명꼴로 태어난다고 말한다.언청이는 태어날 때부터 윗입술과 천장이 갈라져 있는 기형의 일종이다.보통 임신 2개월을 전후로 입술과 입술 천장이 형성될 때 영향을 준다.유전인 경우는 15%에 그치고 약물남용이나 영양장애가 극심하거나 정신적인 스트레스 및 부인과 질환들이 원인이 된다.민박사는 결혼을 하기 전까지 신앙과는 거리가 멀었다.그러다 독실한 신앙을 가진 아내의 전도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늘 불규칙한 병원과 학교생활로 제대로 교회에 출석하기가 쉽지 않았다.스스로도 남을 돕는 것으로 할일을 다했다고 위안했다.그러나 전국의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면서 그는 변화되기 시작했다.진정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됐고 그가 서야 할 자리를 더욱 확실히 알게 됐다.지난 97년까지 국내에서 수술을 해온 그는 93년 중국 옌벤으로 눈을 돌렸다.그곳에도 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조선족들이 있었다.중국과 베트남에 거주하는 환자들을 수술하고 부터는 돕는 손길들도 생겼다.일본은 구순구개열 학회와 협회가 있지만 언청이 환자를 위한 무료시술은 생각지도 못했다.현재 일본 교수들은 민박사와 행보를 같이하며 매년 중국과 베트남 진료를 함께 하고 있다.이달 24일부터 일주일동안 베트남 벤체성 성립병원과 빈둥성 종합병원에서 무료의술을 펼친다.이제까지 모든 수술을 직접 집도했다는 그는 “언젠가 언청이 수술을 한 아이가 유치원의 노래자랑에 나갔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보람을 느꼈다”면서 “어딘가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을 환자들을 생각하면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현재 국제구순구개열협회내 한국대표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민박사는 보통 세곳을 수술해야 정상을 되찾을 수 있는 언청이 수술을 단 한번의 수술로 완치해 학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그는 수술기법을 후배에 전하는 것은 물론 수술장면을 고스란히 슬라이드화 해서 각 나라에 소개하기도 했다.“전에는 잘 몰랐습니다.시간이 흐르면서 느끼는 것은 하나님이 이렇게 사용하시려고 의사가 되게 했구나 하는 것입니다.나이에 걸맞지 않은 건강과 시력을 주신 것도 하나님이시니까요.아마도 건강이 따라주지 못해 수술을 못하게 된다면 할 수 없지만 허락하신 그날까지 메스를 잡을 생각입니다.민박사는 60년대 서울치대에 악안면성형외과를 도입한 개척자다.대한악안면성형외과학회 회장,대한구강안면외과학회 회장 등을 거쳐 대한구순구개열학회회장을 맡고 있다.현재 서울 장충동에서 같은 분야를 공부한 큰 아들 복기씨와 민일치과를 개업,환자를 돌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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