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TOP
DOWN


영원한 내 자식

본문

국경숙 전도사는 신분노출을 극도로 꺼린다.소년원 출신들의 그룹홈인 ‘실로암의 집’을 1989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세운 이후에 생긴 현상이다.비록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라도 내 손으로 키운 아들들을 보호하고 싶다는 어머니로서의 당연한 바람인 듯하다.실로암의 집에는 소년원에서 출소한 청소년들이 주로 기거한다.부모로부터 버림받거나 부모가 없어 오갈 데 없는 청소년들이 이 곳에서 일정기간 적응을 거친 뒤 사회로 나간다.순간의 실수로 전과자라는 짐을 짊어진 이들에게 그룹홈은 정상으로의 복귀를 향한 일종의 징검다리.국전도사가 실로암의 집을 운영한지 12년째,그동안 국전도사의 품을 거쳐 간 자식은 30명이나 된다.그 중에는 단란한 가정을 꾸려 장군감같은 손자를 안긴 자식이 있는가 하면 또 다시 재범의 나락으로 떨어진 불효자도 있다.국전도사는 이들 불효자나 그룹홈 생활을 못견뎌 가출한 자식들을 못잊어 한다.한번 내 자식은 영원한 내 자식인 것이다.그룹홈 중도이탈자의 유형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그룹홈 초창기인 90년대 초만해도 순간을 못참아 절도나 폭력을 범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그러나 최근 중도 이탈자는 여자 때문에 집을 떠난다.밤에 외출이 잦고 하루 내내 전화통을 붙잡는 경우 십중팔구 여자를 사귀는 중이다.그런 자식은 이내 가출한다.실로암의 집에는 그 흔한 카메라도 없다.가출하는 중도 탈락자들이 값 나갈만한 것이라고 들고 떠났기 때문이다.요즘은 덜하지만 처음 가출자가 나왔을 때 무척 마음이 아프고 쓰라렸다.하지만 재소중 학사고시를 통과한 뒤 대학원 준비를 하는 신통한 자식도 있다.국전도사는 “이 곳을 거쳐간 자식중 신앙생활을 계속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지만 대다수 자식이 재범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떳떳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게 참으로 기특하다”고 말했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3,499 건 - 635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