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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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인도 빈바사라왕의 왕비 위제희 부인은 왕자를 못 낳는데다 나이만 먹어가는지라 왕의 사랑을 불안하게 여겨 예언자를 찾아간다. 숲속의 선인이 3년 후에 죽어 왕자로 환생한다는 말을 듣고 그 3년을 못참아 선인을 죽인다. 이 왕자 아사세가 장성하여 부왕을 투옥, 굶주리게 하여 제살을 베어먹다 죽게 하고 어머니마저 옥에 가둔다. 아사세는 이 부친 살해의 후회로 창독이 올라 죽어가게 되었을 때 석가의 도움으로 구제받는다. 이렇게 자신이 태어난 원천에 대한 원한을 미생원이라 하며 이를 정신분석에서 아사세 콤플렉스라고 한다.올 노벨문학상을 받은 독일의 귄터 그라스의 대표작 양철북은 바로 이 아사세 콤플렉스를 작품화한 것이라 해도 대과가 없다. 주인공 오스칼의 미생원은 이미 외할머니 때부터 시작된다. 경찰에 쫓기는 방화범을 치마 속에 숨겨준 것이 그의 어머니 애그네스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애그네스는 오스칼을 낳은 후에도 외간남자와 밀회를 한다. 오스칼이 우연히 테이블 밑으로 들어갔을 때 이 외간남자의 손이 어머니의 사타구니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을 목격한다.오스칼은 이 어른들의 작태에 실망, 더 이상 자라고 싶지 않아 양철북을 치며 지하창고에 추락, 성장이 멎는다. 이 불의의 애를 밴 어머니를 투신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오스칼은 아버지를 증오, 새어머니 마리아와 변태적 사랑에 빠진다.2차대전 후 소련군이 오스칼의 집을 수색했을 때 아버지의 나치스 당장을 꺼내보여 현장에서 사살케 한다.인도의 왕자 아사세의 미생원은 부처님의 구원을 받지만, 오스칼의 미생원은 이렇게 부모를 죽게 하여 어른들에게 복수를 하고서야 그 미생원 때문에 멎었던 성장을 재개한다. 그 성장 유예기를 나치스 시기에 부합시킨 것이 여운을 끌기도 한다. 젊었을 때 이 소설을 읽고 세상 돌아가는 것 한심할 때마다 성장을 멎고 양철북만 쿵쿵 치고 다녔으면 했던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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