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죄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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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시라쿠사의 디오니시우스왕은 반체제의 피시어스에게 사형을 언도한다. 가족과의 고별을 위해 말미를 얻는 동안 친구 데이먼이 인질로 감옥에 갇힌다. 돌아오지 않은 친구를 대신하여 데이먼이 처형대에 올라앉을 때까지도 돌아올 것을 믿고 있었다. 도끼날을 쳐들었을 때에야 헐떡이며 달려오는 피시어스를 보고 임금이 그 우정에 감탄, 용서를 한다. 우정은 이렇게 억세게 재수좋은 사나이를 탄생시킨다.프러시아의 프리드리히 대왕이 포츠담 감옥을 방문, 사형 직전의 죄수들을 만났을 때, 하나 예외 없이 자신은 결백한데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오로지 한 죄수만이 나는 죄많은 인간이요 처형을 감수하겠다고 말하자, 대왕은 [이 자를 감옥에서 추방하라. 여타의 죄없는 고결한 죄수들이 오염되어 타락할까 싶다] 했다. 마음을 비우고 솔직하면 이렇게 억세게 재수 좋을 수가 있다.도스토예프스키가 28세 때 사회주의단체의 파괴활동에 참여했다가 체포되어 총살당하게 됐다. 1849년 12월22일 아침 3인씩 2조로 처형하게 돼있는데, 앞조가 총살되고 뒷조에 속했던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총구를 겨누었을 때 황제 니콜라이 1세로부터 처형중지령이 통달된 것이다.이튿날 그는 형 미하일에게 편지를 썼다. [마지막 순간 머리에 떠오른 것이 형님이요 최후까지 마음 밑바닥에 형님이 남아있었습니다. 내가 형님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순간 죽음이 나로부터 달아난 것입니다.] 이렇게 믿고 순수하고 사랑을 마지막까지 지탱하면 억세게 재수좋은 행운이 찾아드는가 보다.이와는 거꾸로 억세게 재수없는 사나이가 필리핀에 탄생했다. 아그바니야라는 사형수가 집행 5분 전에 대통령의 집행 유보통지가 내렸는데 때마침 교도소의 전화가 통화중이어서 집행당하고 만 것이다. 억세게 재수 나쁜 사나이라기보다 자신의 세 딸에게 성폭행을 한 죄질에 처형유보가 만부당하다는 신의 판단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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