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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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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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 모성(母性)이 강한 동물이다.임신기간이 1년이나 되고,출산 후에도 새끼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여 다른 새끼에게는 젖을 먹이려 하지 않는다.드넓은 초원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몽골의 낙타양자의식은 매우 이채롭다.새로운 새끼에게 처음 어미의 젖을 먹일 때는 낙타는 무조건 발로 차버린다.그러나 전통악기인 머홀린을 든 여인이 슬픈 음악을 들려주면 어미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양자로 맞아 영원히 사랑하며 돌본다.동물의 심리를 이용한 유목민의 축산방법이지만,설화적이며 드라마틱한 입양의식은 인간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산란기를 앞둔 연어의 모정도 초자연적이다.강과 바다를 지나며 성어가 되어 4,5년 동안 북태평양까지 갔다가 모천(母川)을 향해 험난한 물살을 가르며 귀환길에 오르는 것은 산란을 생명줄로 아는 모성 때문이다.펭귄은 부성(父性)이 앞서는 동물이다.남극의 황제펭귄은 1백km나 되는 오지로 걸어가서 40일 동안 암컷을 기다려 짝을 짓는다.산란 후 수컷은 2개월 이상 절식하며 포란하는데,새끼가 부화할 때쯤 암컷이 찾아와 지키고,수컷과 암컷이 교대로 먹이를 날라다 기른다.나무가 혹독한 추위와 가뭄 속에서도 수액을 모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듯,지상의 모든 동식물은 모성의 보호로 생명을 이어간다.방정환 선생은 '지상에 핀 꽃 중에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꽃이 있는가'라며 어린이를 예찬했다.그러나 국민소득 1백달러의 60년대초,혁명공약에까지 표방한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하는 문제도 과거지사가 된 지금 고아와 미아,문제아는 늘어만 간다.햇빛을 등진 채 배가 고프고 마음이 허기져 울고 있는 아이들이 늘어만 간다.경제적 역경과 이혼,오염된 문화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아이들을 저버리는 이유가 되고,개인주의를 빌미로 그것을 당연시하는 현실이다.한석봉의 어머니나 신사임당의 교훈적 행적은 아니어도,우리는 가난하고 어두웠던 시절에 앙상한 가슴을 풀어 아이에게 빈젖을 물리는 어머니와 정신없이 떠돌면서도 품속 아기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실성한 여자에게서 신성하고 존귀한 모성을 볼 수 있었다.사회의 기본단위는 가정이고,가정은 살림을 하는 곳이다.그 살림은살리다의 명사형으로,가족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절대적 주체자는 어머니와 아버지다.꽃씨가 모진 바람 속으로 제몸을 날려 종자를 번식시키고,가축이 특별한 의식을 치른 후에 다른 새끼까지 보듬는 이 땅에서,이런저런 이유로 밀려나고 외면당한 아이들은 지금도 아프게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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