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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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도 목사와 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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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서 아침기도를 올리고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점심밥을 짓고, 만든 밥과 국 반찬들을 들고 내려가 손수레에 실어서 채소시장까지 운반하여 배식했다. 처음엔 밥을 나눌 수 있다는 기쁨과 공동체생활을 시작했다는 감격에 들떠 별다른 어려움이 없이 일들을 처리해냈다. 그러나 날마다 봉사팀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무거운 음식통을 6층 옥상에서부터 아래층까지 들어나르기란 정말 힘이 들었다. 그래도 우리들은 사력을 다해 음식을 만들고 기쁨으로 음식을 운반하고 쓰레기더미 속에서도 감사함으로 나누어 먹었다. 음식 만드는 봉사에 힘을 모았던 교회 중 주님의 교회 소망교회 은현교회 새바람교회 신장위교회 등 다섯 교회가 제일 처음 참여해주었다. 봉사자들이 만들어내는 음식은 메뉴도 새롭고 다양했다. 뿐만 아니라 정성을 다한 음식이라 정말 맛있었다. 윤기 흐르는 밥과 영양가 있고 따뜻한 국과 맛깔스러운 반찬들이 매일 나누어지자 밥상공동체 식구들은 날로 늘어갔다. 처음엔 40∼50명쯤 되던 식구가 한 달도 못되어 70명, 그 다음달은 1백명이 되더니 석달만에 1백50명으로 늘어나고 말았다. 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은 행려자와 무의탁 노인뿐이 아니었다. 청량리 채소시장 언저리에서 찌꺼기 야채를 모아 파는 영세 좌판상 할머니들과 근처의 가난한 상인들, 학교에 다니지 않는 가난한 어린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밥 먹는 사람들에게 어떤 제한을 두지 않았다. 배고픈 사람이면 누구나 다 함께 먹을 수 있다는. 우리의 태도에 불만을 품는 봉사자들도 있었다."저 사람은 옷차림으로 보아 얻어 먹을 사람이 아닌데요. 아니, 왜 멀쩡한 사람까지 밥을 주어야 하나요"그러면 한 마디로 대답했다."집에서 따슨 밥 편히 먹을 사람이 한 끼 얻어 먹자고 이 냄새나는 쓰레기더미 앞에서 몇 시간씩 줄서서 기다리겠어요 겉으론 그래 보여도 아마도 말 못할 사정이 있을 겁니다."그러나 일부 자원봉사자들 가운데는 '오직 기쁘게 봉사하고 갔으면 좋겠는데' 하는 내 생각과는 달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팀이 의외로 적지 않았다. 어디에나 있을법한 일이기에 그저 참고 말없이 봉사하는 성숙한 신앙인이 되길 기도할 도리밖에 없었다. 우리는 처음부터 밥을 나누면서 말로 하는 선교행위를 일절 하지 않았다. 누구를 만나도 예수님이니 어느 교회니 하는 말은 입 밖에도 내지 않기로 작정했다. 나뿐 아니라 다른 자원봉사자 식구들에게도 예수의 '예' 자도 꺼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면 신학교에 갓 들어온 풋내기 신학생이나 처음 봉사하러온 열성쟁이 집사들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아니, 그럼 밥 먹이는 것 자체가 교회의 목적이란 말이에요" "예수를 믿으라고 전도를 해야지요, 전도를‥‥‥‥ '밥만 주나요 말씀을 줘야지요."그럴 때마다 나는 말했다."밥 한 그릇으로 예수님을 팔 생각입니까 우리가 아무 말 안해도 정말 예수님 사랑으로 저들을 대하면 끝내 예수 사랑을 다 알게 되고 저 분들도 다 천국 가게 될 겁니다. 내 말을 듣고 아무 생각 말고 언제나 친절하게 웃으며 밥이나 퍼드리세요."그래도 그네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영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곤 했다. 심지어는 밥 푸던 주걱을 놓으며"난 더 이상 인본주의자들과는 함께 일 못해요." 하고 토라져가는 예수쟁이 같지 않은 예수쟁이도 있었다.'예수쟁이'라는말이 나왔으니 생각나는 '사건' 하나가 있다. 동네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할 때 한번도 전도사란 말을 쓰지 않았다. 누가 내 이름을 묻거나 직업을 알고 싶어하면 그냥 "예, 최씨입니다. " 라고만 대답했다. 그러자 그들 사이에 매일 밥해 가지고 나오는 그 키 큰 젊은이가 누구냐는 말이 오갔던 모양이다. 하루는 두 패로 나뉜 사람들이 다가오.더니 그중 한 노인이 물었다."최씨, 최씨는 성당 댕기는 사람이지유 누가 그러는데 신부님인가, 수사님인가 말하던디유"그러자 다른 한 쪽에 있던 사람이 반박했다."아녀, 그게 아녀. 최씨는 교회 댕긴다더먼, 뭔 소리여.""아이고, 교회에서 이런 일 하는 것 봤남 내가 알기로는 이런 일은 다 성당에서 하더먼그랴""그래도 지난번에 왔던 어떤 여자분에게 내가 살짝 물어봤더니, 자기는 집사라고 허고, 저 양만은 전도사라고 하던디,""그럼 뭐가 진짜로 맞는대유 속 션하게 말이나 해주셔유."그들의 말을 듣다보니 우습기도 하고 교회에서 좋은 일 하는 건 못 보았다는 말에 가슴이 저려오기도 했다. 그래도 그들의 말을 못들은 척하며 대답했다."최씨예요. 그냥 밥집 아저씨라고 부르든지 최씨라고만 하든지 맘대로 하세요."그러자 전도사라고 자신있게 말하던 사람이 시체말로 열받았는지 한마디 던졌다."아하, 이제 알았다. 전도사는 전도산디, 전도사라고 말할 수는 없는 사람이로구나. 데모하다가 제적을 당했든지 시국사건으로 '큰집에 갔다 왔든지 말여." "암, 그렇지 않고서야 자기 신분을 못 밝힐 리가 없잖은가."옆사람이 또 거들었다. 그래도 그 말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돌아섰다. 그러나 '저사람이 누군가' 하는 시비는 쉽게 끝나질 않는 듯 했다.그 후 며칠이 지나, 형사 한 사람이 나눔의 집으로 찾아왔다. 낯선 사람은 나를 보자 대뜸 물었다."간첩이 나타나서 거지 떼에게 밥해주며 가난한 이들을 선동한다기에 일단 현장 조사를 하러 나왔습니다. 여기 저기 알아보니 최 전도사님이 시인이시고 곧 장로교 목사님이 되신다는 건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청량리역 광장에서 좋은 일하시는 것까지도요. 하지만 그들이 최 전도사님께 밥을 얻어 먹고도 간첩일지 모른다고 신고까지 하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글쎄요, 얼마 전 그들이 모여 내가 누구냐고 자꾸 묻기에 그저 최씨라고, 압집 아저씨'라고 했더니 수상쩍게 생각했나보군요."하도 기가 막혀서 그만 하하웃으며 대꾸했다. 그러자 그 형사도 웃음을 터뜨리며 이 한 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우리 청량리 경찰서 관할 내에서는 전도사님에 대해 소문이 좌악퍼져 있어요. 전도를 할 바에야 저렇게 어려운 현장을 직접 뛰며 전도해야 진짜 전도라고요."(울산 평강교회 이동휘 목사 설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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