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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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말 가난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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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는 사회의 거울이다.거울에 비친 요즘의 우리 자화상은 비참하다.뉴스시간마다 터져나오는 자살이나 살인사건이 우리를 전율케 한다.사업에 실패한 40 가장이 야산에서 처자를 목졸라 죽이고 자신도 자살했다.잃어버린 여교사의 휴대폰을 찾는다고 선생들이 학생들을 닦달하자 훔친 혐의를 받은 여자 초등학생이 약을 먹고 자살했다 (그 잘난 선생님의 그잘난 휴대폰 나타나기만 해봐라, 그냥 까부술까 보다) . 죽은 남편의 보험금 분배를 둘러싸고 시어머니와 싸움을 벌인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체를 소각했다.실직한 청년이 옆집 할머니를 살해하고 집을 뒤지다 마침 귀가한 딸까지 죽였다.동네 야산에서 만난 열한살짜리 초등학생을 살해한 전과자가 마치 아이가 살아있는 양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다 한달 만에 시신이 묻힌 장소를 자백했다.이것이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 1년을 맞은 우리의 모습이다.우리는 이렇게 쉽게 존귀한 생명을 버리고, 쉽게 남의 목숨을 빼앗기도 한다.어디 그뿐인가.끼니를 굶는 어린이가 매일 늘어나고, 장기 (臟器) 라도 팔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부패와 독직, 크고 작은 강.절도 사건은 열거하기도 힘들다.하루가 멀다 하고 희대의 사기사건이 일어나 바야흐로 한국은 사기천국 (詐欺天國) 이다.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 가난은 부끄러운 것 ,잘 살다가 못살게 되는 것은 고통스런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그러면 우리는 정말 가난할까. 재정경제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수출업체의 평균임금 삭감은 10~15%선에 머물렀다.전국 가계의 체감소득 감소도 최대로 잡아야 30%선이다.이 통계를 믿는다면 우리는 지금 '유사 (類似)가난' 상태에 있다.설령 우리의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서 5천달러로 절반이 줄었다고 쳐도 이 수준은 부자나라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가입국 가운데 체코.헝가리.폴란드.멕시코.터키보다 높은 것이다.IMF 한파가 왔어도 우리의 소득순위는 포르투갈과 그리스 두 나라에만 추월당했을 뿐이다.이 정도의 소득감소도 못견딘다면 우리보다 못한 나라 사람들은 다 죽으란 말인가, 무언가.성장신화에 중독된 우리는 이처럼 유사 가난상태로의 전락조차 매우 힘들어 한다.문제는 그 전락하는 과정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데 있다.문제해결의 틈을 열어줄 주변의 관심이 없는 것이 바로 문제인 것이다가난구제는 나라도 못한다고 믿는 우리다.그래서 '요구' 보다는 '호소' 한다.그러나 주어진 여건 아래서나마 실업예방, 실업에 대처하는 안전망의 구축은 절실히 바란다.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남을 죽여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기까지 우리는 무슨 노력은 안 해봤겠는가.그래서 우리는 정당이나 종교단체 같은 곳을 찾아간다.A당의 답변. "글쎄 딱하기는 한데 우선 제2건국운동을 마무리한 뒤에 봅시다. "B당의 답변. "글쎄 딱하기는 한데 요즘 TK가 분당을 한다, 총풍 (銃風) 수사가 되살아난다 해서 내코가 석자로소이다. "C당의 답변. "글세 딱하기는 한데 내각제가 물 건너가느냐 마느냐 하는 중대기로에 섰으니 이것부터 따져야 되겠습니다."또 어느 절에선 "대웅전에 불이 났으니 불부터 꺼야 되지 않겠소" 하고, 어느 교회에선 "교회 마당에 이렇게 오랫동안 천막을 쳐놓으면 누가 정신을 차릴 수 있겠소" 할 것 아닌가.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법, 우리가 최후로 찾아갈 곳은 역시 정부밖에 없다.거기서 우리는 따뜻한 위로의 말을 듣는다."지금까지 정부는 실사구시 (實事求是) 의 정신에 입각한 시의적절한 현실적 정책들을 채택하고 열린 시장경제의 틀을 튼튼히 세워 왔습니다.이제부터는 무능한 과거정권이 초래한 환란의 고통이 사라지고, 고통을 나눈 사람들이 열매도 나누는 2000년대가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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