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먼저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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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교육개혁은 여전히 촌지 안받기, 입시제도 고치기, 대학구조조정, 교원노조 문제, 교원정년 단축… 같은 제도적 차원에 머물러 있다. 모든 게 순서가 있는 법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다.지금까지 학교에서 가르쳐온 모든 것들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현대 지식교육과 기능교육에서 우리는 대단히 절실한 것 하나를 빼먹고 있다. 바로 [마음 닦기] 교육이다.옛날엔 종교, 윤리, 수신 교육이 대종이었다. 그러나 현대 지식위주 교육은 [마음 닦기]를 [교육 아닌 것] [공부 아닌 것]으로 추방해버렸다.그것은 큰 재앙이었다. 교육은 뭐니뭐니 해도 사람의 사람됨을 세워주자는 것일 게다. 그러자면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육 내용이 돼야 할 것이다. [머리 위주] [도구위주]의 지금의 우리 교육에는 그것이 없다.우리는 [환장한] 눈동자들, [무엇에 씌는] 것 같은 표정들, 그리고 인격장애, 성격장애라 할 만한 행태들을 갈수록 자주 대한다.세상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기도 하고 태어날 때부터 그런경우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 [감성] [심성] [정신] [영혼]…등으로 불리는 사람됨의 근본을 다잡는 교육이 없어진 탓이 크다.임어당은 똑같은 일이라도, 심지어는 전쟁도 유머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하는 것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쓴 적이 있다. 유머란 곧 정신건강, 너그러움, 수양, 풍류 같은 것을 뜻할 것이고, 그것을 쌓는 것이 바로 [마음 닦기]일 것이다. 바탕이 얇은 마음에 섣부른 지식, 논리, 사회과학, 과학주의, 기능주의, 신념, 이념… 같은 것이 먼저 너무 들어가면 그것은 곧잘 소화불량증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숱한 정치-사회적인 환란과 시끄러움들도 학자들이 말하는 [구조 탓]보다는 인간들의 심성의 일그러짐 때문에 일어나는 사례가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우리는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마음 닦기]를 우리 교육의 정규과정 안에 다시 맞아들여야 한다. 김진홍 목사가 이끄는 두레 자연고등학교 설립취지는 그런 점에서 신선한 청량제였다. 기존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문제아]들까지 과감히 수용하는 가운데 이 학교 학생들은 일반과목 외에도, 농삿일, 철학, 신문제작, 열린사회 열린사고, 극기체험…을 배울 것이라 했다. 또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의 [문순이 인성강좌]에서는 {법률교육보다 인성교육이 먼저}라는 취지로, 학부때부터 [사람됨]을 가르치겠다고 했다. 비록 작은 시작이지만[마음 닦기]는 이런 식으로 우리 주변에서 이미 착수되고 있다.옛날처럼 책상다리하고 앉아서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를 외우자는 것이 아니다. 두레학교처럼 자연속에 돌아가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만 듣게 해도 그게 바로 제정신 찾게 만드는 교육이다. 우리의 시대적인 과제 또한 민주화에 안주할 수만은 없다. 절실한 것은 정치 경제 사회 할 것 없이 [노는가락]의 천박함과 지악스러움을 면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치로, 민주화로, 이념으로 이룩할 수없다. 사람 개개인의 격을 높여주는 교육으로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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