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26세.결혼을 앞두고 있는 그녀는 누구보다도 몸과 마음을 단장해야 하는 시기이다.그렇지만 그녀의 마음에 걸리는 것은 동생의 안스러운 모습이다.그녀는 경북 울진의 작은 마을에서 1남 5녀 중에 차녀로 태어났다.부모님은 남의 농사를 맡아 짓고 있는 어려운 처지였지만 그의 자매들은 큰어려움이 없이 살아 갈 수 있었다.하지만 어려움이 더 커지기 시작한 것은 넷째인 남동생이 태어나고서 부터이다.넷째인 남동생은 선천적으로 신장이 나빴다.그래서 일주일에 두번은 인공 신장기에 의지해야 했고 그 인공 신장에 의지 하지않고서는 생활도 학업도 지속하기 어려웠다.그런데도 큰 고난없이 그 정도라도 살아 갈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도우심이 아니였을까첫째 언니가 시집을 갔다.그 언니는 동생들에게 먹을 것을 양보하고 또 그렇게 동생들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 언니의 몸무게는 40킬로도 안되는 가날픈 몸을 가지고 있다.때문에 둘째인 그녀도 또한 동생들에게 양보하는 법을 배웠고 그렇게 힘들게 살았어도 가날프지만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셋째 여동생은 학교를 졸업한 후 공장에 다니면서 일을 하고있는 중이며 21세된 남동생은 선천적인 신장병으로 인공신장에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그런 환경이다.고3, 중3인 다섯째와 여섯째는 아직도 무엇이 어려움인지를 잘 모르고 있다.그런 어려움 속에서 그녀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얼마 전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나서 부터였다."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최후로는 신장 이식을 하지 않으면 전혀 방법이 없습니다."언니가 시집을 가고 난 후에 지금까지 가정의 모든 일들을 도맡아서 해온 사람은 바로 그녀였다. 얼마 되지않은 생활비로 신장이 나쁜 동생의 치료와 가정을 보살피는 일은 고달픈 일이었다.그녀의 부모님은 생활보호 대상자로 지정이 되어있었다.그런 환경에서 누구의 신장을 이식하며, 설사 이식할 신장이 있다고 해도 수술을 감당할 돈이 어디있을까 생각되었다.직장에 다니면서 그의 결혼 자금으로 모아두었던 500만원 정도의 거금이 그녀와 가족들의 모든 재산이었다.그보다도 동생에게 이식할 수 있는 신장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는지 참으로 막막했다.가족회의를 했다.연로하신 부모님을 제외하고 또 몸무게가 얼마 안되는 언니도 제외되었다.동생들에게는 차마 신장을 내놓으라고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남동생과 모든 조건이 같은 그녀가 사랑하는 남동생을 위해 아무말 없이 자신의 신장을 내놓기로 결심했다."내가 여기서는 맏이니까 내가 나설게.너무들 걱정하지 말아라. 잘 되겠지."그게 그녀가 한 말의 전부였다.하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약 2천여 만원이나 되는 큰 돈을 어디서 마련한단 말인가자기가 가진 모든 자금을 합쳐봐야 600여만원밖에 되지않으니 나머지는 어떡한단 말인가....그녀의 이런 소식을 알게 모르게 전해들은 그녀가 나가는 교회의 교인들은 교회에 멍석을 깐다면서 모금하기 시작했고 그 소식을 들은 병원과 고향의 동네, 직장과 의료보험 조합 등에 서도 모금을 시작했다.뿐만 아니라 소식을 들은 많은 이들은 자원해서 수술에 사용할 혈액 등을 헌헐하려고 줄을 서기 시작했다.그러던 96년 5월 8일.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결혼식보다 더한 장밋빛 꿈을 안고 그녀의 신장 하나를 동생에게 이식하였다.그녀의 고뇌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결혼을 앞에 두고 신장을 떼어주는 것이 남편될 사람에게 좋게 들려지지 않을 것이었다.동생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신장을 내어 놓을 때에는 그녀 자신과 혈육의 정,둘 중 어느 한 가지는 반드시 손해를 보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었지만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이다.쌀과 연탄을 배급받는 부모님의 손도 빌리고 싶지 않았고 더구나 그외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그의 따뜻한 마음씨에 감동을 받아 하나 둘 모이게 되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이었다.여러 달이 지난 후 그녀는 그 때를 생각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사람들이 따뜻합니다.아직도 나는 내 몸과 나의 동생만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모두를 생각하고 남을 생각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차후에 내가 남을 도울 기회가 온다면 꼭 저도 그런 따뜻함을 전해 줄 것입니다."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