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죽인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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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한 외과의사인 반 아이크 박사에게 급한 전화가 걸려왔다.여보세요, 전 그랜드 폴스 병원의 하이든입니다. 아이크 박사이십니까예, 그렇습니다. 무슨 급한 환자라도 생겼습니까예, 한 소년이 총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가 총에 맞아 생명이 위태롭습니다. 일 분 일 초를 다투는 형편이니 박사께서 빨리 와주실 수 있겠습니까알았습니다. 곧 가지요.아이크 박사는 60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그랜드 폴스 병원으로 가기 위해 급히 차를 몰았다. 그의 머리속에는 귀여운 한 소년이 죽음의 문턱에서 자기를 부르는 애처로운 모습이 자꾸 맴돌고 있었다.아이크 박사는 초조한 마음으로 속도계를 보며 최대한으로 속력을 내어 달렸다. 그런데 웬 사나이가 나타나 앞을 가로막고 차에 태워달라고 손짓을 했다 .아이크 박사는 급히 차를 세웠다. 사나이는 덮어놓고 차에 오르더니 대답 대신 주머니에서 불쑥 권총을 꺼내어 아이크 박사를 겨누었다.잔말 말고 어서 차에서 내려! 내가 이 차를 좀 써야 겠어!아이크 박사는 사정을 했다.여보시오, 난 의사입니다. 방금 급한 환자가 생겼다는 전화를 받고 가는 길이니 사람의 목숨 하나를 살리는 셈 치고 나를 보내주시오.사나이는 어림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이크 박사의 턱 가까이에 권총을 들이댔다.이봐, 내가 그 말에 속을 줄 알아! 그런 얕은 수작에 속아 넘어갈 내가 아니야. 당신 사정은 내가 알바가 아니니 어물거리지 말고 어서 차에서 내려!사나이는 아이크 박사를 밖으로 사정없이 떠밀어내고 핸들을 잡았다. 아이크 박사는 사나이가 차를 몰고 도망치는 뒷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아이크 박사는 역으로 허겁지겁 달려갔으나 기차는 조금 전에 떠나고 없었다. 말할 수 없이 마음이 급했지만 길가에서 지나가는 차를 기다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우여곡절 끝에 아이크 박사는 마침내 하이든이 기다리고 있는 그랜드 폴스 병원에 도착했다.다친 소년은 어떻습니까박사님, 바로 10분전에 죽었습니다. 10분만 일찍 오셨더라면 박사님의 힘으로 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이때 병실문이 열리며 죽은 소년의 아버지가 뛰어들어왔다.내 아들이 죽었다구요!소년의 아버지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소년을 끌어안았다.저 사람이 소년의 아버지란 말인가아이크 박사는 몹시 놀랐다.아니, 왜 그러십니까 박사님이 아시는 분인가요하이든이 물었다.예, 저 사람이 바로 병원으로 오던 나의 차를 빼앗아 타고 달아난 사람입니다.하이든도 뜻밖의 일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소년을 죽인 자는 바로 소년의 아버지인 저 사나이구만요.아이크 박사는 혀를 찼다. 이 말에 소년의 아버지는 얼굴을 들었다. 그는 아이크 박사를 보더니 놀라며 뒷걸음질쳤다.아니, 당신이 바로...사나이는 실성한 것처럼 소리쳤다. 그러더니 아이크 박사 앞에 엎드려 엉엉 큰소리로 울었다.사나이는 소년을 안고 슬피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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