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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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숟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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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가!큰 애를 낳은지 l0년만의 출산이라 마음은 첫애 때보다 더 떨리고 긴장되었다.의사선생님을 비롯하여 주위분들 모두 산모 나이도 있고 첫애 낳은지 너무 오래되어 초산이나 다름없으니 수술을 해서 아기를 낳아야 하지 않겠냐고 하셨지만 자연분만 하기로 마음먹었던지라 더 떨렸던 것 같다. 몸의 상태를 살핀 간호사가 아침이 되어서야 출산하겠다고 하기에 예닐곱 시간이 지나야 되겠구나 하고 겁을 먹고 신음소리가 나오는 것도 꾹꾹 참으며 진통의 시간을 보냈다. 서너 시간이나 흘렀을까 생각보다 빨리 건강한 남자아이를 순산하게 되었다.회복실에서 병실로 옮긴 뒤 식사시간이었다. 그때 마침 남편 친구분들이 축하하러 오셨길래 식사를 하는둥 마는둥 하다가 식판을 밖에 내놓았다.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 그 분들이 가시고 자리를 정리하다가 문득 수저 생각이 났다.수저는 개인이 휴대하고 있다가 식사 때마다 사용하곤 했는데 글쎄 깜빡 잊고 식판과 같이 내놓은 것이다.집에 연락을 했지만 내일이 되어야 가져올 수 있고 한끼 먹자고 수저를 사기도 그렇고, 다음 식사부터 친정어머니와 난 식사도 못할 판이었다. 물론 옆사람것을 빌려 사용할 순 있지만 식사시간이 같으니 참으로 그럭저럭 다음 식사시간이 되었다. 한사람씩 식판을 받고 내 차례가 되었다.그런데 이게 웬일! 깔끔한 식판 위에 예쁘게 씌여진 이름 석자 위에 너무나 빛나는 내 수저가 놓여 있었다. 정말 가슴이 뭉클한 순간이었다.이렇게 큰 병원에서 어떻게 이것을 챙겨 두었다가 다시 주인에게 돌려줄 수 있단 말인가.그 분의 얼굴은 모르지만 너무나 고맙고 황송했다. 그 다음부터는 그 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기 위해 수저 하나 만큼은 정말로 잘 챙기곤 했다.비록 2년 남짓한 세월이 흘렀지만 어쩌다 그 병원을 지나칠 때면 낯모르는 그분이 생각나 혼자서 행복한 미소를 짓곤 한다. 그분에게 다시한번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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