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결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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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광해군 때 경남 하동군의 가마 고개에서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좁은 고갯길에서였습니다. 우연히 신부의 가마 행렬 둘이 맞부딪히게 되었습니다. 두 신부의 집안은 오랫동안 서루 다투어 온 가문들이었습니다. 서로의 학문 계통이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고개가 높긴 했지만 한쪽이 비켜갈 수 없을 만큼 비좁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비켜가는 가마쪽의 가문이 굽히는 것이란 생각 때문에 어느 한 쪽도 양보를 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서로가 마주보며 대치하는 상황은 무려 사흘이나 갔습니다. 나중에는 각 가문의 문하생들까지 나와 응원을 하며 버텼습니다. 상황은 갈수록 절박해져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두 가문은 사태 해결의 방법을 찾아내게 되었습니다. 그 방법은 두 가문 모두 학문과 명예를 더럽히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두 가문의 딸들에게 자결을 강요하는 것이었습니다.어느새 무거운 돌덩이가 가마 속으로 들어가고 두 딸은 마침내 그것을 붉은 비단 치마에 싸안고 벼랑 밑 시퍼런 강물 속으로 뛰어내렸습니다. 꽃다운 신부 둘은 강바닥으로 가라 앉았고 두 가마는 비어진 채 오던 길을 되돌아갔습니다. 이 두 가문은 자존심과 가문의 유전(遺傳)때문에 결국 두 딸이 희생당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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