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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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보는 냉철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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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서울로 출장을 자주 오는 사업하는 분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루는 급히 서울에 다녀오겠다고 부인에게 말하고 출장을 떠났는데 그 이튿날 지방에 있는 부인이 우연히 텔레비전 스위치를 켜니까 깜짝 놀랄 일이 생겼습니다. 자기 남편이 어떤 젊은 여자와 정답게 야구장에 앉아 야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이 뚜렷하게 텔레비전 스크린에 나타났던 것입니다. 이 부인은 화가 났습니다. “서울에 다른 여자가 있구나!”하는 생각에 분함과 배신감과 남편에 대한 경멸감이 가득하였습니다. 결국은 이혼 소동까지 벌어진 일이 있다고 합니다. 참으로 비밀이 없는 세상입니다. 비밀이 보장될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생각이 비뚤어 질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대개 비밀이란 말을 쓸 때는 다른 사람만을 의식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가장 비참한 사실은 자기가 자기를 보는 냉철한 눈을 지니고 있을 때에는 거리끼는 비밀 따위는 있을 수가 없습니다. 중국의 향연천이란 사람이 “무엇보다도 자기를 지키기가 어렵다”고 한 말은 자기까지 속이려는 파괴된 인격을 두고 하는 말일 것입니다. 자기 양심을 속이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엄밀하게 반성해 볼 때에 하루하루 우리들의 삶의 현장에서 자기가 자기를 인정하고 수납할만한 나날을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집니다. 그러므로 이런 이율배반적인 자아에 대하여 바울이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나는 내가 원하는 선은 행치 못하고 내가 원치 아니하는 악을 행한다”고 고백한 말씀은 우리들의 모습을 그대로 폭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된 자아가 자기의 삶을 주장할 때에 숨기운 그늘 속의 자아가 나의 삶을 주장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더 큰 아픔 안에서, 하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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