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달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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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의 저자에서 가장 값이 비싼 빗자루가 [서당 빗자루]였다. 비쌌다는 것은 질이 좋다는 것을 뜻한다. 서당에 아이를 맡긴 부모들은 춘추에 한번씩 내자식 매질하여 사람되게 해달라고 나긋나긋한 회초리감 싸리나무 한아름씩을 훈장에게 바치는 것이 관례였다. 부모들이 한아름씩 꺾어다 준 싸리는 매로 쓰고도 남게되고 이 싸리로 빗자루를 만들어 시장에 내어 질이 좋기로 소문난 것이다.이처럼 옛 부모들은 내자식 사람 만들어 달라고 매를 꺾어 훈장에게 바쳤는데 부산의 한 학교에서 선생들이 매를 학부모에게 전달하는 역현상이 보도되었다. 대체로 아이들 훈육에 매를 쓰는 것은 기독교 문화권과 유교 문화권에 속한 나라들이었다.프랑스의 앙리 4세는 왕자의 사부를 매질않고 가르친다 하여 궁에서 내쫓고 있다. 몽테뉴의 [수상록]에 보면 [만약 학교 교실에 피가 스민 버들가지(매)대신 꽃나무가 걸려있든들 얼마나 좋을까] 했음을 미루어 교실에서의 매질이 일상화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국의 줄넘기 노래를 들어 보자.[바닷가에서 굴러/ 조니가 우유병을 깼다/ 내탓으로 돌리기에 나는 엄마에게 일렀다/ 엄마는 아빠에게 일러 조니는 엉덩이 매를 맞는데/ 하아 나,두울,세엣--] 하고 줄을 넘으며 헤아려 나간다. 영국의 생필품 가게에서 지금도 엉덩이 치는 패들을 흔히 볼 수 있다.가르쳐 인도하는 것을 편달한다고 한다. 바로 매로써 종아리를 때린다는 뜻이다. 유교 문화권에서는 삼강오륜의 틀에 맞는 인간형성 수단으로 종아리를 치는 매는 필수였다. 이경근의 [고암가훈]에 보면 어린 자녀 잘못 가르쳤다 하여 회갑이 가까운 아버지가 고희를 넘긴 할머니로 부터 종아리를 맞고 울고 있다. 물론 아파서 우는 것이 아니라 노모의 매 때리는 기운이 현저하게 떨 어진 것이 슬퍼 운것이다. 우리 여염 풍속에 어린 자식의 버릇 고칠 일이 생기면 아버지는 야반에 그 자식과 더불어 조상 무덤 앞에 가 [조상 매]를 맞았다. 자식의 잘못을 자신의 불찰로 자책코자 종아리를 걷고 상석위에 선다.그러고는 자식으로 하여금 회초리 꺾어다 핏발이 나도록 종아리를 치게하는 것으로 조상께 자식을 잘못 가르친 죄값을 치렀던 것이다. 편달문화가 이토록 고차원으로 발달한 나라는 동서고금에 없었을 것이다. 그 아름다운 전통의 잊혀진 자락에 과보호 속에 시들어가는 꽃들에 생기를 돋우는 편달문화의 싹을 본다는 것이 싱그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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