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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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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자지간이든 남녀간이건 친구간이든지 사랑하고 싶으면 접근하여 손을 잡고 부등켜 안고 볼을 비벼대며 입술을 맞추는 것일까. 사랑의 분량이접근 심도와 접촉 면적에 정비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왬까. 셰익스피어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울어대는 것은 바보들만이 사는 세상에 억지로밀려 나오는 것이 억울해서라고 했다.하지만 생리학에서는 뱃속에서 유지돼 왔던 모체와의 등온에서 이탈당한인생 최초의 쇼크 때문으로 설명한다. 그래서 각국의 육아문화는 이 등온탈출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로 개성지어진다. 특히 한국에서 그렇다.서양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아기 구덕이나 요람에 격리시켜 이질온도에일찍부터 적응을 시키는데 한국 아기는 집안에서는 안고 집밖에서는 업고잠잘 때는 팔베개로 베어 하루 24시간 내내 모자등온을 유지한다. 옷도 엄마의 겨드랑이에 덥혀서 입히고 밥도 엄마 입속에 넣어 식혀 먹였다.아기 구덕같은 격리 양육도구가 없는 나라는 이 세상에서 제주도를 제외한 한국밖에 없다. 또 한국 아이들이 잘 운다는 사실이 명나라 사신들의기록에 빠지지 않음은 바로 다 자랄 때까지 등온에 길들어 이탈됐을 때마다 울기 때문이라고 실학자 이규경이 고증하고 있다.우리 한국 대중가요의 80%가 서로 헤어져 있거나 떨어지게 됨으로써 형성되는 이탈애수를 읊은 것으로 특징지어짐도 바로 이 등온이탈에서 받는정서적 충격의 크기를 말해주는 것이 된다.말이 아닌 육체로써 의사를 통하는 것을 육체언어라 한다. 이 육체언어로써 가장 많은 말을 하는 것이 우리 한국인이다. 논어에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베개 베고 누우니 하고 청빈을 찬양하고 옹도의 시에 [한사에 들리느니 /목탁소리요 차가운 마룻바닥에 팔베개 베고 눕는다]했음은 궁상을나타냄이다.곧 중국에서 팔베개는 가난과 동의어이다. 한데 한국에서의 팔베개는 어깨동무처럼 격의없는 친밀과 다정의 육체언어다. 옛 선비들 세간의 한담을모은 묶음을 곡굉집이라고 했는데 바로 팔베개 베고 나누는 정다운 이야기란 뜻이다. 어릴적 은어에 [팔베개 벤 사이] 하면 연애하는 사이를 뜻했다.이런 수수께끼도 있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베개는 어려서는 어머니 팔베개, 커서는 기생의 무릎 베개 . 이처럼 팔베개나 무릎베개에 정감을 느끼는 것은 등온민족의 보너스인지 모르겠다.서울의 모초등학교에서 이색 방학숙제를 냈는데 이웃 친구집에 가 하룻밤 자면서 팔베개 베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 베갯친구와의 대화를 일기체로적어내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적 친화력을 활용한 인성교육으로 그 교육시간이 신선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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