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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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노모의 저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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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대구 조그마한 중소기업에서 포장일을 하신다. 요즘수출물량이 늘어 가족이 모두 잠들어 있을 때 일터로 나가셨다가다들 자고있을 때 귀가하신다. 환갑 연세에 힘에 부치시겠지만,이웃 공장들이 연달아 문닫는걸 보면서 {야근수당 잔업수당도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있어 고맙다}고 말씀하시곤 한다.그 바쁜 와중에도 아버지는 주말마다 시골에 계신 팔순 노모를 찾아 뵙는다. 고향을 떠나지 않으려는 할머니께서 노환으로 다리를 못쓰시게 되고부터는 매주말 꼭 찾아뵙고 문안을 드린다. 형편 때문에 간병인을 붙여드리기도 어렵고, 3대 독자여서 한 주라도 빠뜨릴수 없다고 하신다. 아버지는 할머니가 평소 좋아하시는것들을 장을 보아 음식도 직접 해드리신다.어느 주말, 아버지는 회사일 때문에 할머니댁에 조금 늦게 도착하셨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올 시각을 넘긴 아들을 위해 할머니는 목발에 몸을 의지한 채 힘들게 아들 저녁상을 준비하고 계셨다. 아버지는 얼른 뛰어들어가 할머니를 부축하고 눈물을 왈칵쏟으셨다. 두 모자는 부둥켜 안고 한동안 엉엉 소리내어 우셨다고한다.너무나 어렵고 힘든 요즘, 나는 아버지로부터 [숙수지공(가난한 중에도 부모를 정성들여 섬기는 일)]의 참뜻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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