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TOP
DOWN


본문

옛날 양반들이 돈을 몸에 지닌다는 것을 천하게 여겼던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돈의 액수를 입에 올린다는 것도 기피했는데, 하물며 직접 손으로 주고 받는다는 것은 양반 체통을 크게 해치는 것으로 알았다.그래서 기방(妓房)에서 기생에게 팁을 줄 때는 하인으로 하여금 접시에 돈을 담아 젓가락을 얹어 갖고 들게 했다. 젓가락으로 돈을 집어 기생에게 주면 기생들은 큰절을 하며 치마폭으로 그 팁을 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기방에서 받는 팁을 `젓가락돈'이라 불렀던 것이다.양반 사회에서  `젓가락돈'이지 서민 사회에서는 팁을 `입물림돈'이라 했다사당패의 패거리굿 끝에 미모의 여사당이 팁을 받고자 굿마당을 돈다. 일대 구경꾼들은 엽전을 입에 물고 입물림이오 하며 턱을 내민다. 여사당은 그 입물림돈을 입으로 받아낸다. `키스 머니'라 해서 팁이 입물림돈이 된 것이다.너무나 한국적인 팁의 호칭으로 `허깨비돈'이라는 게 있었다. 옛날 북촌(北村) 양반 마을 문짝에 `내외주가(內外酒家)'라 쓰고 그 둘레를 술병 모양으로 테를 둘러 표시한 술집이 있었다. 양반이 몰락해서 낸 술집으로 양반 체통인 남녀의 내외법이 깍듯하여 얻은 이름이다.손님이 중문 안까지만 들어서서 `술상 내보내시라고 여쭈어라'고 실제로 있지도 않은 가상의 허깨비 심부름꾼에게 분부한다. 이같은 중문을 두고 술집 여자와 대면없이 술을 불러 마시고는 `값이 얼마냐고 여쭈어보아라' 하면 `한 주전자 값이 얼마라고 여쭈어라', `잘 먹고 갑니다고 여쭈어라' 하고 술값을 상에 놓은 다음 `허깨비돈도 얹었다고 여쭈어라' 한다.실체도 없는 허깨비에게 팁을 놓고 나간다. 허깨비돈은 벼슬에 따라 액수가 달랐는데 당하관(堂下官)일 경우 술값의 9 푼, 당상관(堂上官)일 경우 18 푼이었다 하니 10 ~ 1 5퍼센트 하는 서양 사회의 팁과 공교롭게도 일치하고 있다. 일상 서비스나 심부름이나 거간장이, 그리고 관리들에게 주는 팁은 `인정(人情)' 또는  `인정미(人情米)'라 했다. `인정미'도 10 퍼센트를 웃돌진 않았다.이 인정미가 강요되어 박정미(薄情米)가 되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옛 관료 사회에서는 `걸복(乞卜)'이라 하여 문서에 `복(卜)'자를 써내림으로써 인정을 강요하는 것이 제도화되기까지 했다. 현감이나 감사나 판서 같은 높은 사람을 만나려 들면 문지기부터 안방별감에 이르기까지 `예전(例錢)'이라는 팁을 깔지 않고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인정 많은 사회인지라 팁은 예로부터 폐단으로서 자주 문제가 돼왔던 것이다. 일전 건전한 팁 풍토의 정립을 위해 세미나까지 열고 있던데, 문제는  `인정'이 액면대로 인정이도록 한계를 넘지도, 또 강요되지도 않게 하는 제도적 관습의 작풍에 있다고 본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3,499 건 - 8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