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TOP
DOWN


팁 천2백억원

본문

18세기 영국 다방(茶房)들에서는 무척 차(茶)배달이 느렸던 것 같다. 그래서 카운터에 신속 배달을 보증한다는 뜻인 `To Insure Promptness'라 쓰인 상자를 놓아두고 여기에 동전을 집어 넣은 손님에게 우선적으로 배달을 했다 한다. 그 머리글씨를 모으면 팁`Tip'이 된다. 팁이란 말이 그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다방 뿐 아니라 영국 왕실에 손님이 오면 말잡이, 도어맨, 여급(女給) 집사(執事)가 줄줄이 서서 손바닥을 내어 밀었으며 팁을 안 준 사람을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 번에 다시오면 말을 절게 하여 낙상케 하거나 국물을 바지에 쏟거나 하여 보복을 했다 한다.지금도 비행기에서 내려 호텔방 속까지 들어가는데 영국 왕실에 못지 않게 네댓 번의 팁을 주지 않고는 안 되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웬만한 나라들에서는 택시, 호텔, 레스토랑에서 10-15%의 팁이 기대되고있다. 호주는 은 쟁반에 계산서를 얹어오는 고급 식당 이외에는 팁을 추방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 맥시코에서는 입국(入國)비자만 보이면 15% 감면을 해주는데 그 감면된 액수를 얹어주면 되기에 피장파장이고 -우리 나라에도 팁의 역사는 유구하다. 따라서 팁을 나타내는 말도 다양했다. 가장 혼한 말로  `인정(人情)'이라 했다. 부잣집에서는 사랑방에  `인정(人情)주머니'를 걸어두고 심부름 온 종이나 가마꾼, 말꾼, 부고 전하는 인부 등등에 인정을 주었다.장례 치를 때 관 속에 동전을 넣어주는 것은 저승 문을 지키고 있는 우두(牛頭)나찰, 마두(馬頭)나찰 문지기에게 주라는 인정인 것이다.기방(妓房)에서는 팁을 젓가락 돈이라 했는데 돈에 손을 대는 것을 천하게 여겼던 옛 선비들이 접시에 돈을 얹어오게 하여 젓가락으로 인정을 주었던 데서 비롯된 말이다. 좌전(左錢)이라고도 했다. 역시 돈을 천하게 여겨 오른손보다 천한 왼손으로 인정을 집어 주었던데서 생겨난 말이고-. 주막에 들면 미리 주모에게 `맛깔손'이란 인정을 주게 마련이었는데 음식 만들 때 기름 한 방울이라도 더 넣고 나물 주무를 때 한 번 더 주물러 맛깔을 내라는 전불(前拂) 팁인 것이다.이 같은 팀 문화의 전통 때문인지 작년 한 해에만도 유흥음식, 숙박, 이-미용, 목욕탕에다 뿌린 팁값이 무려 1천 2백억 원에 이르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국민총생산비의 0.2%나 차지, 다른 나라의 팁 지출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양 사회처럼 10-15%의 저율(低率)이 아니라 배보다 배꼽이더 큰 고율(高率) 때문일 것이다. 주는 자와 받는 자의 신분적 차별의 금전적 표현(金錢的表現)이 팁이라던데 자기 자신을 실제 이상으로 과대하려는 한국인의 의식구조도 공모하고 있다고 본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3,499 건 - 8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