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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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종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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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린이가 식탁 위에서 호두가 가득 들어 있는 단지를 발견했다."이 호두를 엄마 몰래 조금 꺼내 먹어야겠다." 이렇게 어린이는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는 단지 속에 손을 넣었다. 처음에는 서너 개만 꺼내려다 욕심이 나서 한 주먹 가득히 쥐었다. 그런데 호두를 움켜쥔 채 손을 빼내려니까, 단지 입에 손이 걸려서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오지를 않았다. 그러나 손을 움직일 수록 움켜쥐고 있는 호두만 떨어뜨릴 것 같았다.끝내 그는 울기 시작했다. 때마침 방안에 들어온 어머니가 "왜 우느냐"고 물었다. "손이 단지에서 빠지지를 않아요" 하고 어린이가 울먹이며 대답했다."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그냥 호두 두 세 개만 집어서 꺼내 봐라"하고 어머니가 일렀다. 어머니의 말대로 하니까, 단숨에 손이 빠져 나왔다. 이솝의 우화다.탐욕에 사로잡히면 사람들은 어디까지가 적당한 것인지를 분간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고 말한다.프랑스에도 '너무 많지 않으면 충분하다 할 수 없다'는 속담이 있다. 인간의 욕망에는 한이 없는 것이다. 그것은 아득한 옛날부터 변하지 않는 어리석은 인간들의 본성이기도 하다. 인간을 파멸로 이끌기 쉬운 것도 과욕이다.중세의 카톨릭교가 말하는 〈일곱 개의 대죄(大罪)〉는 다음과 같았다.첫째 오만스러움, 둘째 과욕, 셋째 육욕, 넷째 노여움, 다섯째 대식, 여섯째가 시기였다. 일곱째는 게으름인 경우도 있고 허영인 경우도 있다.그것은 석가가 말한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다음과 같은 6가지와 비슷했다.그 첫째는 해가 떠오른 다음에도 이불 속에 들어가 있는 것,둘째가 남의 부인을 가까이 하는 것, 셋째가 툭하면 남과 다투는 것, 넷째로 쓸데없는 일에 열중하는 것, 다섯째 못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 여섯째가 바로 탐욕스러운 것이었다.이처럼 석가가 과욕을 제일 마지막에 든 것은 그만큼 덜 중요하다고 여긴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확실하게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석가는 다음과 같이 신자들에게 누누이 과욕의 무서움을 일깨워 주려 했다."부를 차지하고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것은 짚으로 불을 끄려는 것과도 같다. 욕망의 절반이 채워지자마자 탐나는 것은 당장에 두 배로 늘어난다. 뿐만 아니라 욕망에는 가속도가 붙는다.마치 바닷물로 갈증을 달래려 하는 사람처럼 마시면 마실수록 더욱 강력한 갈증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러면서 석가가 강조한 것은 지족(知足)의 지혜였다."벌은 온갖 꽃으로부터 꿀을 빨아먹지만 꽃의 색깔이며, 향기는 조금도 해치지 않는다. 또, 소 등에 알맞게 짐을 지게 하니까 소가 탈없이 날라준다. 이처럼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탐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적당히 만족할 줄 안다는 것처럼 어려운 것도 없는모양이다.톨스토이의 단편소설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해가 떨어질 때까지 달려간 곳까지의 땅을 모두 주겠다는 임금의 자비로운 영이 나왔다. 한 사나이는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려가다 그만 기진맥진하여 쓰러지자 지팡이를 앞으로 내 뻗었다. 그리고는 "이 지팡이 끝까지 내 땅이다"라고 소리치면서 숨이 끊어져 죽었다.'화(禍)란 만족을 모른다는 데서 비롯한다'는 노자의 말도 있다. 한비자도 이 말을 인용하면서 사형 선고를 받을 만큼 못된 죄수도 사면 받을 수가 있지만, 만족할 줄 모르는 자에게는 한평생을 두고 화(禍)가 따라다닌다고 이르고 있다.옛날에 한 홀아비가 살고 있었다. 일생에 꼭 한번만이라도 잘 살아봤으면 하는 것이 그의 소원이었다. 그는 매일같이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그러던 어느 날 밤에 그의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하고 문을 열어 보니까 부의 여신이 서 있었다. 그는 당장에 그녀를 반겨 맞으려 했다. 그러자 여신은 "잠깐만 기다리세요. 저에게는 친동생이 하나 있어 늘 같이 다닌답니다"면서, 뒤에 서 있는 여동생을 소개했다. 그 동생을 보자 사나이는 깜짝 놀랐다. 동생은 언니와는 달리 여간 추하게 생기지 않은 것이었다. "정말로 당신은 친동생입니까"고 묻자, "정말입니다. 이름은 불행의 여신이라고 합니다"고 부(富)의 여신은 대답했다. 사나이는 "당신만 들어오고 동생은 돌려보낼 수 없습니까"하고 물었다.그러자 "그건 안됩니다. 우리는 늘 함께 다니기 때문에 동생을 혼자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라고 부의 여신이 대답했다. 사나이가 망설이자, 부(富)의 여신은 "그렇다면 우리 둘다 돌아갈까요"라고 물었다.불경에 나오는 이 우화는 사나이가 어떻게 할까 하고 망설이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우리는 당장에 눈앞에 아른거리는 돈에 홀려서 슬며시 등뒤에서 다가오는 불행의 여신을 언제나 뒤늦게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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