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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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이야기이다. 김해 덕두라는 곳에 농사를 지으면서 교회생활을 잘하는 집사 가정이 있었다. 그에게는 미군 부대에서 근무하는 동생이 있었는데 어느날 그 동생으로부터 소포가 왔다. 풀어보니 작은 약봉지 같은 것이 가득 들어 있었다. 한 봉지를 찍어 조금 혀에 대어버니 맛이 몹시 썼다. '음, 이게 미국 사람들이 먹는 보약이로구나'라고 생각한 그 집사는 아침, 저녁 식사 후 끓여 한 대접씩 마시며 가족과 아이들에게도 마시게 했다. 아이들이 쓰다고 먹지 않으면 그는 노한 얼굴로 꾸짖는 것이었다. "모처럼 삼촌이 생각해서 보낸 귀한미국 보약을 마시지 않겠다니 될 말이냐 어서 마셔! 입에는 쓰지만 몸에는 다 이로운거야."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 아들이 말했다. "아버지, 이걸 마시니 밤에 잠이 오지 않아요." "정신이 맑지! 그게 얼마나 좋으냐 몸에 이로운 거야.그 보약, 참 효력도 빠르다." 이웃사람들이 오면 자랑을 하면서 보약()을 한 사발씩 안겼다. 이렇게 그 보약이 거의 다 떨어져 갈 때 동생으로부터 편지가 한통 왔다. 소포와 함께 부친다는 것이 깜빡 잊어 이제야 부친다고 하면서 소포로 보낸 것은 <커피>라는 것이며 설탕을 타서 식후에 한컵씩 마시는 것이고, 아이들에게는 되도록 주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큰 아들이 한마디 했다. "무지는 용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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