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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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코끼리가 처음 들어온 것은 조선시대 태종 11년(1411)의 일이다. 일본 국왕이 바친 이 코끼리는 수레와 말을 관장하는 사복시에서 맡아 길렀다. 그런데 1년 후에 공조판서를 지낸 이우라는 인물이 그 코끼리를 희롱하다가 밟혀 죽은 사건이 일어났다. 조정에서는 죄를 지은 동물을 벌주어야 한다는 논의가 일었고, 코끼리는 순천 앞바다의 장도로 귀양을 갔다. 태종 13년의 일이다.반년이 지난 후 전라도 관찰사는 조정에 장계를 올렸다. 코끼리가 날로 여위어 가며, 사람을 보면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다. 불쌍히 여긴 임금은 코끼리의 죄를 사면하여 육지로 옮기도록 했다. 그후 7년동안 전라도의 여러 고을이번갈아가며 코끼리를 사육했다.세종 3년(1421)에 이르러 코끼리는 충청도 공주로 이거하였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하루에 쌀 2말과 콩 1말을 먹어 치우는 식성도 고민거리였는데, 설상가상으로 먹이를 주던 종이 채여 죽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충청도 관찰사는 코끼리를 다시 섬으로 보낼 것을 주청하였고, 임금은 이를 윤허했다.{물과 풀이 좋은 곳을 가려서 보내고, 병들어 죽지말게 하라}는 당부와 함께….필자는 회사의 동료들과 함께 지난 3년동안 조선시대 태조에서 철종에 이르는 5백80년의 기록인 [조선왕조실록]을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최근 그 작업이 완료되어 콤팩트 디스크 3장으로 이루어진 [CD-ROM 국역 조선왕조실록]이 제작됐다.앞에 열거한 이야기는 그 CD-ROM 상에서 [코끼리]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기사를 찾으라는 검색 명령어를 입력한 지 1초도 안되어 얻어 낸 결과들이다.수백년 동안 쌓여 온 역사기록의 단편들 속에서 의미있는 이야기들을 엮어내는 일에 앞으로 이 CD-ROM이 얼마간의 보탬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서울시스템 상무·철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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