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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줄 아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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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줄 아는 아이가 훌륭한 어른이 된다“맞지 말고 너도 때려라.너는 손이 없니,발이 없니” 아이가 맞고 오면 때리라고 시키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는 몇 개 틀렸니” 상대적 평가를 중시하는 것도 요즘 부모들의 습관이다.아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혹은 과거에 비해 얼마나 나아졌는지에는 관심없이 무조건 남과 비교하려 한다.이런 교육방식은 필연적으로 경쟁을 부추기고 경쟁상대에 대해 적개심을 갖게 한다.이렇게 성장한 사람들은 승부 자체에 매달리게 되고 `어떤 방법을 쓰든 이기면 된다'는 의식이 생기는 것이다.우리 사회는 이런 무한경쟁에서 서로가 서로를 고통스럽게 한다.〈지는 교육이 더욱 중요해진다〉서울 대치동의 강모 주부(43)는 학교운영위원회 등 자녀 학교의 행사에는 빠지지 않을 정도로 열성적이다.지난해 강남으로 이사를 온 강씨는 처음엔 강남의 주부들이 자기 자녀에 대해 관심이 적은 것같아 의외였다.하지만 1년이 지난 후 그는 학부모들이 과외를 시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아이를 누구에게 과외시킨다고 얘기하지 않음으로써 `내 아이가 받는 좋은 과외를 다른 아이가 알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생각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놀랐다.시험 때가 되면 으레 학원교사들은 “너희들만 봐라.다른 아이들에게 알려주면 알려줄수록 너희들 내신등급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말하며 예상문제를 나눠준다.친한 친구라 할지라도 노트를 빌려주지 않는 삭막한 풍경은 몇몇 개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만들어내는 문제다.학교에서도 성적이 뛰어나지 않은 학생은 소외된다.성적이 올라야 인정받는,성취문화 위주의 현실.성적과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이 자신의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왕따현상'도 이기기 교육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청소년개발원 선임연구원 윤철경씨(여·40)는 “왕따도 `일등주의 문화'의 한 예”라며 “왕따현상은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개인이나 집단을 깎아내리고 반대로 자신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개인이나 집단을 무시하는 태도의 극단적인 표출”이라고 분석한다.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고 있는 회사원 이모씨(여·26)는 취업을 한 후 매일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과 문을 두드렸다.소위 일류대를 나와 `내가 제일'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던 그는 매일 상관과 고객을 상대하다 보니 자신이 초라해져 참을 수가 없었다.이처럼 지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사소한 것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더 큰 문제는 이 스트레스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진다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모든 것을 이길 수는 없다.따라서 졌다고 해서 너무 과민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세상사는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지는 교육'이 중요한 이유다.서울 광양고 김민곤 교사(47)는 “변화하는 아이들의 의식을 부모나 교사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아이들의 세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한다.`수행평가' 등 새로운 방법도 평가방법을 조금 다양화한 것일 뿐 `경쟁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지는 교육 어떻게 하나〉`지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은 남보다 뒤쳐진다는 것이 아니라 `남을 배려 하는 태도'를 배운다는 것이다.더 나아가 `노동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는 것이다.아이들에게 무조건 양보하라거나 부모들도 아이들에게 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그러면 지는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나.서울대 의대 소아정신과 조수철 박사는 “내 아이가 제일이라는 부모의 태도는 아이가 성인이 된 후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된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부모,특히 아버지가 함께 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알려준다.승부에서 졌을 때 패배를 돌아보게 하고,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왜 승부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하는가'를 반성하도록 지도한다.물론 아버지가 먼저그러한 태도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전제조건이다.졌다는 사실에 대해 흥분하거나 승자에 대해 “쟤가 나빠서 졌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면 안된다.아이가 지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지도해야 한다.시험 등 성적과 관련한 문제도 마찬가지.아이 자체의 성장을 격려하고 이끌어내야지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는 방법은 좋지 않다.특히 형제를 비교하는 것은 더욱 좋지 않다.형제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부모 자식간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커다란 원인이 된다.`지는 아이 키우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수양부모협회의 행동요령도 들어 보자.일단 아이가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지도해야 한다.또 가사노동을 분담하는 태도도 길러줘야 한다.식사 준비할 때부터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켜,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관념을 깨뜨려 줘야 한다.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의식도 우리나라 부모들이 잘 가르치지 못하는 부분.버스 기차 등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장난을 치거나 큰소리로 떠들 때는 못하도록 가르쳐야 한다.규칙있는 생활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내멋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도 사회에도 규칙이 있다는 것을 습관화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기상·취침시간을 일정하게 하는 방법도 좋다.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지도하는 것도 중요하다.어른의 생각으론 아이를 위하는 행동이 아이들 입장에선 부담으로 다가갈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칭찬하거나 야단칠 때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비슷한 상황인데 어떤 때는 꾸중을 듣고 어떤 때는 그냥 넘어간다면 아이가 올바른 습관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혼자 길러지기 때문에 이길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문제다.남에게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려면 `지는 방법'부터 배워야 한다.20년 뒤 `왕자'와 `공주'로 길러진 아이들이 거리에 넘쳐날 때가 되면 진정한 심부름꾼이 존경 받는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영국대사관 박영숙 공보관(44)의 말은 우리 사회의 가치관과 교육문제에 관한 설득력있는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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