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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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아주며 속지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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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든 봉투를 문갑 위에 바삐 놓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보며 방을 나왔는데 급한 일이 끝난 후 와 보니 없어졌다.그동안 왔다 간 사람도 없고, 다른 식구도 없는데… 순간, 혹시아들 얼굴이 떠올랐다.설마… 그래도 스치는 생각.중학교 1학년 아들의 책상 유리판 밑에 끼여 있는 컴퓨터 부속기기 목록.굉장히 갖고 싶은 모양이던데, 한두 푼도 아니고, 사달라지도 못하겠고 그래서… 아니, 그래도 그럴리가…, 그래도 혹시 하는 생각에 가슴이 무너진다.바르게 키웠다고 여겼는데….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먼저 사랑함이 부모 노릇.사랑이란 머리로 하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 아들을 형사가 용의자 보듯 볼 수는 없다.혹시 그렇더라도 그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고 가르쳐야 한다.방안에서 없어진 봉투를 온 집안을 다니며 찾기 시작했다.아들에게는 아무 내색하지 않고 “어디 갔지 이상하다, 갑자기 없어졌어” 혼잣말을 하며.거실, 다른 방들, 부엌까지.아들은 아무 말없이 서랍까지 열어보는 엄마를 보고 있었다.결국 봉투를 찾지 못한 채 하루가 갔고 엄마는 아빠에게 그 `혹시…' 하던 생각을 이야기했다.아빠는 용돈을 너무 적게 주고 있는 게 아니냐고 했다.너무 많이 주는 것도 옳지 않지만,너무 적으면 아이가 부도덕한 생각을 할 수도 있으니 조금은 넉넉히 주는 게 어떠냐고.다음날, 어느새 봉투가 제자리에 와 있었다.없어졌을 때 아무 말 안했기에 찾았을 때도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아무 내색 않자 아들이 물어왔다.“어제 찾으시던 거, 어떻게 됐어요” “으응, 찾았어” “어디서 찾았어요” “그냥 제자리에 있던 걸, 엄마 눈이 잘못됐었나 봐”며칠 후 용돈 주는 날, 3만원을 내밀자 놀란 아들, “왜요”한다.그 때 아빠 말씀을 전하자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 시간쯤 후, 1만원을 도로 가져왔다.“2만원이면 돼요”속아주십시요.그러나 넘어가진 마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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