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년 단골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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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괜찮은 고객이다. 만일 우리가 음식 장사했더라면, 어느날 하루는 푸짐한 밥상 한 번 떡 벌어지게 차려 줄 만한 단골손님이시다. 우리 다일공동체의 오병이어 식당을 찾는 고객()들 중엔 이런 인물이 두 명 있다.그 중 한사람이 바로가이억만씨인데,억만씨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억만 벌이 잘 먹고 잘 살라고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인데 그 수중에는 언제나 이백원도 없어서 늘 무료식사를 즐기신다.집 없고 가족도 없고, 스스로 삶을 꾸려갈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라서인지, 초창기 이곳에 와서 밥을 나누어 먹던 인물들은 어느새 하나씩, 둘씩 사라져 버린 지금은 초창기 시절부터 여지껏 목숨을 든든히 유지하신 분이 딱 두사람인데 그 중에 한사람이 이억만씨인 것이다.수차례 갱생원을 드나들고, 수많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그는 이렇게 오늘도 살아있음! 살아있는 그 존재 이유 하나만으로도 나를 항상 감격시키시는 단골손님이시다. 어느날 갑자기 또 다시 모습을감추었던 그가 한달만에 그 모습을 청량리에 나타났다. 그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죄많은 인생 또 왔슈!}하고 고개를 끄덕대며 오동나무 아래 밥상에 끼어 앉았다.내가 다가가서 어깨를 툭툭 치며 등을 쓸어 드리면서 {그동안 어디 갔다 이제 나타났어요} 하고 물었더니 그는 억울하고 속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어떤 놈이 차로 날 치고 도망쳤어유. 그래서 보라매 병원에 실려가서는 지금까지 치료받고 오늘 이제사 막 나왔지유. 아, 그런디 병원에 있을 때는 밥 먹고 잠 잘디가 있었는디, 나와 봉께 어디 갈 디가 있어야지유. 그래도 올 데라곤 여기 밖에 없서유 해서 또 여기로 왔지유, 지야 올때면 단골손님, 안 오면 황천길이지유…...}감지도 않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약간 계면적은 듯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저런, 누가 억만씨를 치고 뺑소니 쳤을까 그것도 이억만원이나 되는 사람을 치고 억만금을 차로 막아놓고, 줏어가지도 않고.... 그냥 도망쳤다니, 그 사람 잘 살기는 다 글렀겠는걸.....}나는 속상해 해 보았자, 아무 쓸모도 없고, 바뀔 것도 없는 그의 처지를 딱하게 생각하며 가능한 그가 뺑소니 사고의 그아픈 기억을 빨리 잊게 하기 위해 웃음을 섞어서 응수했다. 그도 마음이 좀 누그러졌는지 빙그레 웃으며 밥을 먹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목사님, 지는유 올 때면 어디까지나 단골 손님이예유 그렇지유 청량리서 목사님 만난지도 벌써 칠년이구만유. 징그럽게 오래오래 신세졌어유. 근데 지가 안올때는 공동체식구들이 지가 요단강 건넌줄로만 아는데유 지가 그렇게 쉽게 죽지는 않아유. 지는 이 자리에 빙원이 번듯하게 서는 것을 보구야. 그 담에 건너가도 건너갈 것이고만유]{그래요, 억만씨는 이제 별명을 죄 많은 인생에서 오래 사는 인생으로 갈아야겠습니다.}억만씨 목숨줄을 하나님이 단단히도 붙잡고 계시니 정말 억만씨는 오래오래 사실 분임이 틀림없을거라고말씀드리자, 예의 그 착한 인생이면서도 큰 고생이 많은 우리 단골손님 이억만씨가 모처럼 지당하고도 옳은 말씀을 다시 꺼내 놓았다.{원래 죄 많은 인생은 죽고 싶어도 못 죽어유, 지가 이대로 죽으면 하나님 섭섭해서 어떻케유. 하나님이 이 죄많은 인생 오래 살게 하시는 이유가 어딘가 있지 않컷서유.}최일도 목사 <다일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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