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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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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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가중' 중에서[자진모리]각 읍 수령 모아들 제, 인물 좋은 순창 군수, 임실 현감, 운봉 영장, 자리로사 옥과 현감, 부채 치레 남평 현령, 울고 나니 곡성 원님, 운수 좋다 강진 원님, 사면으로 들어올 제, 청천에 구름 뫼듯, 백운 중에 신선 뫼듯, 일산이 팟종 되야, 행차 딸린 하인들, 통인, 수배, 급창, 와와 리로 어헤라 단미로구나.본관 사또 주인이라 동헌에 포진을 헌다. 분합문을 높이 들고, 백포장으로해를 막고, 육간 대청 너른 마루, 화문석 호피 돋움, 안석, 타구, 재떨이, 좌초롱 청사 입혀 불현 듯 달아 놓고, 녹의 홍상 기생들 채의 단장 착전립 오락가락의 노는 양 내아에 봄이 들고, 음식이 풍부헌디 풍악이 낭자헌다. 공인 불러 삼현 치고, 기생은 마주 서서 배따라기, 연풍대 쌍검무 보기 좋고, 생황,양금, 줄풍류, 피리, 젓대, 풍악 소리가 원근에 낭자헌다.그 때에 어사또난 조반 많이 먹고 동헌을 급히 가서, 구경꾼 함께 섞여 이리저리 다니다가 신명이 불쑥 나니, 여 가 우쭐, 저 가 우쭐, 여 가 끼웃, 저 가끼웃, 대상으로 뛰어올라 "좌중은 평안하오" 통인, 급창 달려들어, 옆 밀거니등 밀거니 귀퉁이 곁뺨 치니, 어사또 기가 맥혀 상기둥을 꽉 붙들고,[아니리]"예라, 이놈들! 가난한 양반 옷 찢어진다. 기둥 뿌리가 빠졌으면 빠졌지, 내가 나갈 사람 같으면 여기를 들어왔겠느냐!" 운봉이 곁눈으로 기둥 안고 섰는어사또를 살펴보니 비범한 인물이라, 본관을 가만히 불러,"여보시오, 본관 영감! 저분을 보아 허니, 의복은 남루허나 양반이 분명허오. 관장 된 우리네가양반 대접을 아니 허면 누가 허오리까. 말석에 좌를 주어 한 잔 대접해 보냅시다." "그러시다니 운봉 뜻대로 허시오만, 저런 사람은 하인청에서 대접헐 텐데진찬한 일이오." 운봉이 "여봐라, 너, 저 냥반 이리 모셔라." 어사또 속으로,[웅얼조]"안다, 안다, 운봉이 아는구나. 운봉이 과만이 되었으나, 가삼년을 시키리라."[아니리]운봉 옆에 앉이니, 운봉이 "네, 여봐라! 이 냥반께 상 차려 올려라." 물색모르는 사령놈들이 어사또 상을 차리는디,[휘모리]모 떨어진 개상반, 긁어 먹은 갈비 한 대, 건져 먹던 콩나물국, 병든 대추,묵, 전, 포, 뻑뻑한 막걸리 한 잔을 "어서 먹고 속거천리 헛쉐!"[아니리]어사또 들은 척 아니 허고, 부채를 꺼꾸로 쥐고 부채 꼭지로 운봉 옆구리를쿡 찌르며, "여보, 운봉 영감! 거 갈비 한 대 주." 운봉이 깜짝 놀래며, "허어, 그분이 갈비를 달래면 익은 소갈비를 달래지, 사람의 생갈비를 달랜단 말이오 얘, 여봐라! 저 냥반께 상에 갈비 한 대 갖다 드려라." "어어, 거 그만두시우. 얻어먹고 다니는 사람이 남의 수고까지 빌릴 것 없지. 내 손으로 갖다먹지요." 진미로만 갖다 주섬주섬 놓더니마는, "이래만도 볼품이 좀 낫소. 여보, 운봉!" "허어, 그분이 손버릇이 아주 고약헌 분이로고!" "여보, 미안헌 청이오마는, 나 저―기 본관 곁에 앉인 기생 불러 권주가 한 마디 시켜 주!" "이냥반아! 그러면 말로 헐 것이지, 남의 옆구리를 그렇게 찌른단 말이오 얘, 여봐라! 이 냥반 곁에 와서 권주가 한 마디 해 드려라. 까딱 허다가는 옆구리 창나겄다." 기생이 일어나며, 관장의 말이라 거역헐 수 없고, 아니꼬운 태도로"참 별꼴을 다 보겠네. 간밤 꿈에 박작을 쓰고 배락을 맞어 보이더니, 벨놈의꼴을 다 보겠어." 어사또 모르는 척허고, "이 얘! 너, 그 꿈 잘 꾸었다. 영락없이 잘 꾸었구나. 박작을 쓰고 벼락을 맞어 허어 허어, 흉몽 대길이로다. 좋은 수가 있겄다. 어서 권주가나 불러 봐라."[시조 권주가]"진실로 이 잔 곧 받으시면 천만 년이나 이 모냥 이 꼴……."[아니리]"앴수, 잡수―!" "허 참, 명기로다, 명기로구나! 이 술, 너와 둘이 동배주허자꾸나." 기생에게 술을 권커니 기생은 마다커니, 밀치락달치락허다 술이 자리에 쏟아지니, "허, 이 점잖은 좋은 자리를 이 버려 놨구나." 도포 자락에 술을적시어 좌우로 뿌려 노니 좌중이 소란커날, 본관이 화를 내여, "오오, 운봉은우스운 것을 다 청해 좌석이 이리 요란하우" 이렇듯 요란허니 잔치가 되겄느냐. 본관이 화를 내야, 운자를 내어 걸인을 쫓기로 허것다. "좌중에 통헐 말이있소. 우리 근읍 관장들이 모아 노는 좌석에 글이 없어 무미허니 글 한 수씩지읍시다." "좋소!" "그러나 만일에 이 운자대로 글을 못 짓는 자 있으면 곧장다섯 개씩 때려 밖으로 내쫓기로 헙시다." "거 좋은 말씀이시오." 본관이 운자를 내는디, 기름 고 높을 고 두 자 운을 내노니, 어사또 한 수 하야 허는 말이"여, 운봉 영감, 나도 부모 덕에 천자 권이나 읽었으니, 나도 한 수 짓고 가겠소." 운봉이 눈치 있어, 통인 불러, "네, 저 냥반 지필묵 갖다 드려라."통인이 지필묵 갖다 어사또 앞에 노니, 어사또 일필휘지하야 글 지어 운봉주며, "운봉은 밖으로 나가 조용헌 틈을 타서 한 번 떼 보시오. 자, 나는 갑니다." 운봉이 맡아 밖에 나와 떼어 보니, 글이 문장이요, 글씨 또한 명필이라.[영시조]금준미주는 천인혈이요, 옥반가효 만성고를, 촉루낙시에 민루낙이요, 가성고처 원성고라.[자진모리]글 읊기 지듯마듯, 초립 쓴 역졸 하나 질청을 급히 와서 무슨 문서 내여노며, "어사또 비간이라!" 이방이 황급하야 비간을 받어 들고, 동헌을 급히 가서, "어사또 비간 올리오."좌상의 수령네가 모도 다 황급허고, 본관이 겁을 내야 비간을 떼어 보니, 수전증이 절로 난다. 본부수리행각창색 진휼감색착하뇌수허고, 거행형리 성명을보하라! 동헌이 들썩들썩, 각 청이 뒤노을 제, 본부수리행각창색 진휼감색착하뇌수허고, 거행형리 성명을 보헌 연후, 삼행수 부르고 삼공형 불러라. 우선,고량 신칙허고, 동헌에 수례차로 감색을 차정허라. 공형을 불러 각고하기 재촉, 도서원 불러서 결총이 옳으냐, 전대동색 불러 수미가 줄이고, 군색을 불러군목가 감허고, 육직이 불러서 큰 소를 잽히고, 공방을 불러 제물을 단속, 수로를 불러 거회를 신칙, 사정이 불러서 옥쇄를 단속, 예방을 불러서 공인을 단속, 행수를 불러 기생을 단속허라. 그저 우군우군 우군우군, 남원 성중이 뒤노는구나.좌상의 수령네가 혼불부신허여 서로 귀에 대고 속작속작, "남원은 절단이오.우리가 여기 있다 초서리 맞기가 정녕허니, 곧 떠납시다." 운봉이 일어서며"여보 본관장, 나는 떠나야겠소." 본관이 겁은 내야 운봉을 부여 잡고, "조금만 지체허옵시오." "아니오, 나는 오날이 장모님 기고일이라, 불참허였다가는큰 야단이 날 것이니, 곧 떠나야겠소." 곡성이 일어서며, "여보 본관장, 나도떠나야겠소." "아니, 곡성은 다 웬일이오" "나는 초학이 들어 오날이 직날이라 어찌 떨리던지 시방 떠나야겠소." 그 때에 어사또난 기지갤 불끈, "에이,잘 먹었다. 여보 본관 사또, 잘 얻어먹고 잘 놀고 잘 가오마는, 섬뜩허니 낙흥이오." 본관이 화를 내어, "잘 가든지 마든지 허지, 분요헌 통에 수인사라니""그럴 일이오. 우리 인연 있으면 또 만납시다."어사또 일어서며 좌우로 살펴보니, 청패역졸 수십 명이 구경꾼같이 드믄듬성늘어서 어사또 눈치를 살필 적에, 청패역졸 바라보고 뜰 아래로 내려서며 눈한 번 꿈쩍, 발 한 번 툭 구르고,부채짓 까딱 허니, 사면의 역졸들이 해 같은마패를 달같이 드러매고, 달 같은 마패를 해같이 드러매고 좌우에서 우루루루루…… 삼문을 후다닥! "암행 어사 출두요!" "출도야!" "출도하옵신다!" 두세번 외는 소리 하늘이 덥석이 무너지고, 땅이 툭 꺼지난 듯, 백일에 벽력이 진동하여 여름날이 불이 붙어 가삼이다 타는구나.각 읍 수령이 겁을 내야 탕건 바람 버선발로 대숲으로 달아나니, "통인아,공사궤!" "급창아, 탕건 줏어라!" 대도 집고 내던지고 병부 입을 물고 힐근실근 달어나며 난리 났네. 본관이 겁을 내야 골방으로 달아나며 통인의 목을 부여안고, "나를 살려라, 나를 살려라, 통인아, 날 살려라!" 혼불부신이 될 적에역졸이 장난한다. 이방 딱! 공형 공방 후다딱! "아이구 아이구 아이구 아이구아이구, 나는 삼대 독신이오. 살려 주오. 어따, 이 몹쓸 공방 시켜 이 형벌이웬일이냐!" 공형 아전 갓철대 부러지고, 직령 동이 떠나가고, 관청색은 발로채여 발목 삐고 팔 상헌 채 천둥지둥 달아날 제, 불쌍허다 관노 사령, 눈 빠지고 코 떨어지고, 귀 떨어지고 덜미 쳐서, 엎더지고 상투 쥐고 달아나며 난리났네. 깨지나니 북장구요, 둥구나니 술병이라. 춤추던 기생들은 팔 벌린 채 달아나고, 관비난 밥상 잃고 물통 이고 들어오며 "사또님, 세수 잡수시오.", 공방은 자리 잃고 멍석 말아 옆에 끼고, 멍석인 줄을 모르고 "워따, 이놈의 자리가 어찌 이리 무거우냐", 사령은 나발 잃고 주먹 쥐고 "홍앵 홍앵 홍앵", 운봉은 넋을 잃고 말을 꺼꾸로 타고 가며 "워따, 이놈의 말이 어찌 이리 운봉으로는 아니 가고 남원 성중으로만 부두둥 부두둥― 들어가니, 암행 어사가 축천축지법을 허나부다."[중모리]훤화 금허라는 전령 나니, 역졸 장난이 끊졌구나. 그 때, 어사또난 춘풍매각큰 동헌에 맹호같이 좌정허시고, 대아 형리 데려와 각각 죄인 경중 헤아려 처결 방송허시는 후에, "옥죄인 춘향 올려라!" 영 나니, 사정이 옥쇄를 물와 들고 삼문 밖 나가더니, 만무 맞게 잠긴 열쇠를 뎅그렁 청 열따리고, "나오너라,춘향아! 수의 사또 출도 후에 너를 올리라고 영 나리었으니, 지체 말고 나오너라. 춘향아!" 춘향이 이 말을 듣더니 정신이 어찔허여, "아이구, 이제 죽는구나! 여보시오, 사정 번수! 옥문 밖에나 삼문 밖에나 춘포 도복에 헌 파립으로과객 하나 못 보았소" "아, 이 사람아! 이 난리 속에 우리 조부님도 몰라보게생겼는디, 누가 누군 줄 안단 말인가 어서 나오소!" "아이고, 어데를 가셨는고 갈매기란 어디 가고 물 드는 줄을 몰라 있고, 사공은 어디 갔소, 배 떠난줄 몰랐으며, 우리 서방님은 어디를 가고 내가 죽는 줄을 모르시나 울며불며껴붙들고 옥문 앞으로 내려간다.벌떼 같은 군노 사령 와르르르르 달려들어 "춘향 대령허였소." "해칼하라!""해칼하였소."[아니리]"춘향이 듣거라! 너는 일개 천기의 자식으로, 관정발악을 하고, 관장에게 능욕을 잘 한다니, 그리 허고 네 어찌 살기를 바랄까!" "아뢰어라!" "절행에도상하가 있소 명백하신 수의 사또 별반통촉하옵소서." "그러면 네가 일정한 지애비를 섬겼을까" "이부를 섬겼네다." "뭣이! 이부를 섬기고 어찌 열녀라 할꼬" "두 이자가 아니오라 외얏 이자 이부로소이다." 어사또 마음이 하도 좋아실쩍 한 번 떠보난디, "늬가 본관 수청은 거역하였지만, 잠시 지나는 수의 사또 수청도 거절헐까 이애, 내 성도 이가니라."[중모리]"여보 사또님, 듣조시오. 여보 사또님 듣조시오. 어사라 허는 베실은 수의를몸에 입고 이 골 저 골 다니시며, 이목을 염탐허여 죽일 놈은 죽이옵고 살릴놈은 살리옵지, 소저을 어찌 이리허게 검문허려 내려왔소 소녀 절행 아느니라, 진국명산 만장봉이 바람이 분다고 쓰러지며, 칭암 절벽 석상돌이 눈비 온다고 쓰러질까. 소녀 먹은 마음 수의 사또 출도 후에 세세 원정을 아뢴 후에목숨이나 살어날까 바랬더니마는,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 편이라, 양반은도시 일반이오그려. 송장 임자가 문 밖에 있으니, 어서 수이 죽여 주오."[아니리]어사또 다시 묻지 않으시고, 금낭을 어루만져 옥지환 내어 행수 기생 불러주며, "네, 이걸 갖다 춘향 주고 얼굴을 들어 대상을 살피래라." 춘향이 받어보니, 서방님과 이별시에 드렸던 지가 찌던 옥지환이라. 춘향이 넋을 잃고 보더니만, "네가 어데를 갔다 이제야 나를 찾어왔느냐" 대상을 바라보고 "아이고, 서방님!" 부르더니, 그 자리에 엎드러져 정신 없이 기절헌다.어사또, 기생들을 분부허사, 춘향을 부축허여 상방에 누여 놓고, 찬물도 떠먹이며 수족을 주무르니, 춘향이 간신이 정신을 차려 어사또를 바라보니, 어제저녁 옥문 밖에 거지 되어 왔던 낭군, 춘풍매각 큰 동헌에 맹호같이 좌정허신어사 낭군이 분명쿠나! 춘향이가 어사또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중모리]"마오 마오, 그리 마오. 서울 양반 독헙디다. 기처불식이란 말이 사기에난있지마는, 내게조차 이러시오 어제저녁 모시었을 제, 날 보고만 말씀허였으면마음놓고 잠을 자지. 지나간 밤 오늘까지 간장 탄 걸 헤아리면 살어 있기가 뜻밖이오. 반가워라, 반가워라, 설리춘풍이 반가워라. 외로운 꽃 춘향이가 남원옥중 추절이 들어 떨어지게 되얏드니, 동헌에 새봄이 들어 이화춘풍이 날 살렸네. 우리 어머니는 어디를 가시고 이런 경사를 모르시나."[아니리]그 때야 춘향 모난 어사또가 사윈 줄은 알았으나, 간밤에 사위를 너무 괄시헌 가남이 있어, 염치 없어 못 들어가고 삼문 밖에서 눈치만 보다, 춘향 입에서 우리 어머니 소리가 나니, '옳지 인자 되얏다.' 허고 떠들고 들오난디,[자진모리]"어디 가야 여기 있다. 도사령아, 큰문 잡아라. 어사 장모님 행차허신다. 열녀 춘향을 누가 낳나. 말도 마소, 내가 낳네. 장비야, 배 다칠라! 열녀 춘향난 배로다. 네 이놈들, 오늘도 삼문만이 이미 드셀 테냐.[중모리]얼씨구나 절씨구, 절씨구나 졸씨구. 풍신이 저렇거늘 보국 충신이 아니 될까. 어제저녁 오셨을 제 어산 줄은 알았으나, 남이 알까 염려가 되어 천기 누설을 막느라고 너무 괄세허였드니, 속 모르고 노여웠지 내 눈치가 뉘 눈치라그만헌 일 모를까. 얼씨구나, 내 딸이야. 우에서 부신 물이 발치까지 내린다고, 내 속에서 너 났으니 만고 열녀가 아니 되겄느냐. 얼씨구나 졸씨고! 절로늙은 고목 끝에 시절 연화가 되얏네. 부중생남 중생녀, 날로 두고 이름이로구나. 지화자 졸씨고. 남원 부중 사람들! 아들 낳기 원치 말고 춘향 같은 딸을나 곱게 곱게 잘 길러서, 서울 사람이 어거들랑 묻도 말고 사위를 삼소. 어헐씨구나 졸씨구! 수 광풍 적벽강 동남풍이 불었네. 높은 바람이 불었으니, 남의신세도 갚어 보고, 소원 풀이도 허여 보세. 어사 사위를 둔 사람이 이런 경사에 춤 못 출까. 이 궁둥이를 두었다가 논을 살까 밭을 살까. 흔들 대로 흔들어보세. 얼씨구나 절씨구. 어어흐어으어 얼씨구 절씨구 졸씨고! <국립국악원편, 국악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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