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통해 주일을 지키는 사이버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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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02년의 어느 주일 아침. 20대 중반의 김모씨가 혼자 생활하고 있는 도심 한복판의 오피스텔. 어릴 때부터 신앙생활을 해 온 김씨지만 이날만큼은 서둘러 교회로 향하지 않는다. 간편한 옷차림으로 책상 앞에 앉아 기지개를 펴고 컴퓨터의 스위치를 켠다. 오른손으로 가볍게 마우스를 클릭하면 어느 일류 오케스트라의 연주보다 뛰어난 성각곡이 흘러나오고 오피스텔을 어느새 예배실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씨는 이름난 교회 가운데 그 날의 기분에 따라 한 곳을 골라 버튼을 누른다. 곧 교회의 담임목회자가 화면에 등장하고 김씨가 듣고 싶어 하는 주제별로 설교리스트가 메뉴판처럼 펼쳐진다. 또 부르고 싶은 찬송가를 직접 부르고 장르와 악기까지 지정한 메뉴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리곤 그날 헌금하고 싶은 액수를 입력하고 버튼만 누르면 온라인으로 현금이 전송된다. 김씨의 주일예배는 그것으로 끝이다. 21세기를 앞두고 예견되는 현상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같은 ‘사이버 처치’와 ‘사이버 크리스천’의 등장이다. 사이버 처치란 컴퓨터를 통해 예배를 드리고 찬송을 부르면서 신앙생활을 하는 가상의 교회를 말하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사이버 크리스천이다. 이들은 거리가 먼 교회에 힘들여 찾아갈 필요도 없고 굳이 예배시간에 맞춰 움직일 필요가 없다. 그저 하고 싶은 대로 컴퓨터만 작동시키면 된다. 설마 그렇게까지 되겠느냐는 회의론도 있겠지만 한양 대 양창삼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진단한다. “사이버 처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매우 회의적이지만 인터넷이나 정보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것은 현실로 나타날 겁니다.” 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비하기 위하여 컴퓨터를 통해 충족해 할 수 없는 ‘영성훈련’과 소그룹으로 친밀하게 교제할 수 있는 ‘친교공동체’가 적극적으로 개발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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