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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한테 성공의 길 배운 대장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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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 왜란 때의 명장 이항복이 어렸을 때, 바로 옆 대장간에서 늘 낫이나 호미를 잎 때 끄트머리 쇠를 톡 끊어 잘라내 버리는 것을 보았다. 이항복 어린이는 그것이 너무 아까워 보여, 그것을 주워 모을 생각을 했다. 그러나 양반 체면에 상놈이 버리는 것을 손으로 주워 오기가 창피해, 뒤를 튼 풍채바지를 입은 때니까, 앉아서 노는 체하고 항문으로 그 것을 물어서 가져왔다. 대장간 주인도 이항복 어린이가 무얼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 무슨 심술로, 한번은 아직 덜 식은 끄트머리 쇠를 잘라 떨구어, 그걸 모른 이항복 소년이 그만 항문을 덴 일이 있었다. 이항복 어린이는 이걸 괘씸하게 여겼다.
이튿날, 이항복 어린이는 살구를 들고 와서 맛있게 먹고 있었다. 대장간 주인이 귀엽기도 해서 장난말로, 도련님, 거 나도 한 개 주어요. 눈 꼭 감고 입벌리면 주지. 정말 줄 모양이어서, 눈을 감고 입을 떡 벌리니까 입에 넣어 준다. 어 퀴 퀴, 이거 똥 아냐 양반을 놀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았느냐 똥을 먹어야 하는 거야!
깜찍했던 그 아이는 이제 자라 의젓한 서당 도련님이 되었는데, 대장장이는 점점 가난해져서 망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옆집 양반 댁에서 잠깐 오라는 기별이 있어 가보니, 항문으로 쇠붙이 물어 가던 개구쟁이가 이젠 의젓한 모습으로, 내 영감이 오늘날 이렇게 되리라 짐작하고 있었소. 그렇게 쇠끝을 톡톡 끊어 버리니, 그게 모두 합치면 얼마요 그래 내가 체면에 집어 올 수는 없고 해서 늘 항문으로 물어다 모았는데, 그게 두 독이나 되오. 애당초 당신의 것이니 가져다가 다시 영업을 계속하도록 하오. 늘그막에 고생 면해야지!
그저 황송합니다. 덜 식을 것을 던져 드리기도 하고… 허허, 그거야 살구로 갚지 않았소 대장장이는 열심히 일해 다시 일어서 말년을 여유 있게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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