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방황을 잠재우는 가장 큰 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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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년 전, 막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교 이학년생이었던 나는 몹시 방황하고 있었다. 공부하는 것도 시들했고 학교와 집 어디를 가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나는 마치 공중에 붕 떠 있는 것처럼 매일매일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오후였다. “우리 기차 타고 멀리 바람이나 쐬러 가자. 오늘이 토요일이니까 괜찮잖아. 어때” “그래, 그거 좋겠다.”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함께 가자는 친구들에 휩쓸려 무작정 기차를 탔다. 친구들과 어울려 낯선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던 그날 나는 처음 집을 떠난 해방감에 몹시 들떠 있었다. 그렇게 이틀 동안 집에 전화도 하지 않은 채 월요일 아침에 곧바로 등교한 나는 가방만 던져두고는 학교를 빠져나와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 그리고 밤이 늦어서야 집에 가려고 교실로 갔다가 어머니를 만났다. 농사일과 집안일을 도맡아 하느라 학교 자모회에도 참석 못하시던 어머니가 그날 아침부터 하루 종일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가슴이 뜨끔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물기어린 눈으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여철아, 오늘은 집에 꼭 들어와라.”어머니는 그 말 한마디만 남긴 채 집으로 가셨다. 그날 난 초라한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이제껏 어머니가 힘들게 마련한 학비로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어머니 마음만 상하게 해드린 것을 깊이 반성하면서 얼마나 가슴이 뜨거웠는지 모른다. 청소년으로 하여금 방황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부모에게 있으며 그 방황을 잠재우고 잘 이겨내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힘 또한 부모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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