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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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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셈할 때 우리는 태어나면 바로 한살로 치는 반면에 서양사회에서는 1년이 지나야 한살로 간주한다. 이것은 사람이라는 이름을 언제부터 얻게 되는가 하는 견지에서 대단히 중요한 점을 시사해 준다.오늘 불기 2539년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전국의 불자들이 연등을 밝혀 봉축하고 있는데, 이렇게 2600여년 전에 오신 부처님께서도 수태와 동시에 인간이라는 이름을 얻는다고 말씀하셔 우리와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실적으로 우리는 인간으로 살 권리를 언제부터 부여하고 있는가.요즈음 국민학교 어린이도 친구와 만나 함께 놀기 위해서는 며칠전에 약속을 해야 한다고 한다. 학교공부 뒤에 여러가지 과외공부로 서로가 너무 바빠 놀수있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한국청소년개발원에서 설문조사한 것을 보면, 놀랍게도 청소년의 47%가 [때때로 죽고싶다는 충동을느낀다]고 답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3분의 1이 넘는숫자가 [하루하루 사는 것이 힘들다]라고 대답하고 있다. 무엇이 어린이들로 하여금 그렇게 바쁘게 하고, 청소년들을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가.중고생의 과외비가 연 4조원을 넘는다는 감사원 보고가 이같은 의문에 하나의 해답을 주고 있다. 우리는 흔히 [과외망국병]이라는 말을 사용한다.여기에는 물론 한 가정에 월 40만∼50만원 이상의 과외비 지출로 경제가 어려워지는 측면도 있지만, 이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의 삶을 어른들이 빼앗아버린다는 사실이다. 어른에게는 어른의 삶이 있듯이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청소년은 청소년대로 삶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는 그들 나름의 인간으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어야 한다.그런데도 지금 우리 사회는 사람은 대학졸업 후부터 시작된다는 성인 위주의 인간관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같다. 때문에 어린이나 청소년은 사실상인간으로 누릴 행복을 박탈당하고 있다. 그러나 어리다고 해서 미완의 인간일 수는 없다. 성인들의 삶이 중요하듯이 어린 시절은 그나름대로 완성된 삶이고, 청소년은 청소년으로서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 5월은 청소년의 달, 그들에게 인간으로 살 권리를 돌려주자. <스님·각화사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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