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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희생자는 바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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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1년의 걸프전을 돌이켜 볼 때 한 가지 빠뜨릴 수 있는 것은 걸프전이 사상 유례없는 ‘이미지 전쟁’이었다는 사실이다. 현대전에서 미디어의 중요성을 정확히 인식한 다국적군은 미디어를 장악해 걸프전을 선과 악의 싸움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현지에 파견된 기자들은 엄격한 검열로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다국적군이 브리핑을 통해 알려준 ‘사실’과 그들이 제공한 사진 필름을 독자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뿐이었다. 따라서 걸프전의 패자는 후세인이지만, 또 다른 패자는 미디어라는 비판을 듣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국적군은 전쟁의 어두운 면을 철저히 숨겼다. 수많은 임명피해. 민간인들이 받는 고통. 비인간적 파괴현장은 찾을 수 없었다. 대신 각종 첨단무기가 정해진 목표만을 정확히 파괴, 그 밖의 피해는 마치 없는 것처럼 조작했다. 첨단전쟁; 정밀전쟁; 외곽수술 타격 등 신조어를 만들어 냄으로써 전쟁이 마치 전자오락처럼 재미있고 병원처럼 깨끗한 것인 양 그릇된 이미지를 갖도록 했다. 걸프전에 첨단무기들이 대거 동원된 것은 사실이지만, 첨단무기가 재래식 무기를 압도했느냐하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걸프전에선 약 8만 8천 5백 개의 폭탄이 사용됐다. 그중 정밀 유도 폭탄은 5천 5백 20개로 전체의 7%에 불과했다. 나머지 8만 1천 9백 80개는 재래식 폭탄이었다. 정밀유도폭탄은 90%의 명중률을 자랑하지만, 재래식 폭탄은 5%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걸프전의 인명피해 숫자를 보면 걸프전이 결코 깨끗한 전쟁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주로 공중 공격에 의존한 다국적군은 전사자수를 2백여 명으로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상당수는 아군 오폭에 의한 것이다. 반면 이라크는 엄청난 인명피해를 기록했다. 그린피스는 최대 13만 5천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한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에 대한 이라크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이 토머호크 미사일 공격을 가해 걸프전 재발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의 관심은 또다시 토머호크의 위력에만 집중되고 전쟁이 갖는 비인간성에선 눈을 돌리고 있다. 100년 전 미국이 하이럼 존슨이 ‘전쟁이 일어나면 그 첫 번째 희생자는 바로 진실’이라고 한 말은 오늘에도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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