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그림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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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어느 토요일, 화창한 오후였지만 고 3인 나는 시험을 앞두고 학교에 남아 자율학습을 하고 있었다. 수험생인 처지라 목련, 벚꽃, 복사꽃이 앞다퉈 피어 나는 교정의 나무들을 보면서도 한껏 들뜨는 마음을 애써 눌러야만 했다.
하지만 그날 하늘은 새파랗고, 햇살은 짤랑거리는 소리를 낼 듯 나무 이파리에 각기 다른 빛으로 부서지고 있었다. 그 유혹에 못 이긴 나는 창문 앞 자리로 옮겨 공부를 시작했다. 고개만 들면 바로 보이는 하늘, 나무, 산, 꽃…. 아무리 고 3이라지만 그런 풍경들이 쏟아져 들어오니 마음이 흐뭇했다.
다시 책장으로 눈을 돌려 한 장 한 장 넘기며 보고 있는데 문득 꽃향기 가득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는가 싶더니 어디선가 쏴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나무들이 서로 부대끼며 내는 소리였다. 내 눈앞에서 마치 바람에 몸을 씻듯 흔들리는 대나무들, 은은히 스치는 싱그러운 풀내음과 팔랑 대는 나비들…, 창 밖의 모든 풍경이 너무나 감동스러웠다.
이 순간의 이 느낌, 다른 어디에서도 그대로 느낄 순 없겠지. 나중에, 똑같은 계절에 이곳을 다시 찾아온다 해도…. 언제 이런 때가 다시 올까 이런 생각이 들자 지금의 이 모든 것들을 어딘가에 담아 두고만 싶었다.
쉬는 시간, 난 그런 내 마음을 친구에게 이야기하며 그 행복한 순간을 아쉬워했다. 그러자 한참 얘기를 듣고 난 친구가 그림을 하나 그려 주었다. 상자그림이었는데, 그 상자에는 동그란 구멍이 하나 뚫려 있고, 상자 옆에는 여기에 다 담았음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잘 보면 덤으로 토끼나 양, 뭐 그런 게 있을지도…라고 <어린 왕자>를 떠올리는 유머를 덧붙였다.
난 어린애처럼 그 구멍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깜찍한 친구의 재치와 그 마음에 한 번 더 감동을 받았다. 시험을 이틀 앞둔 힘든 날이었지만 그날 난 더없이 행복했다.
대나무 숲 바람 소리 상자그림은 지금도 내 일기장에 담겨 있는데, 그걸 보고 있노라면 신기하게도 그때의 풍경, 바람, 향기, 햇빛 속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그날 하늘은 새파랗고, 햇살은 짤랑거리는 소리를 낼 듯 나무 이파리에 각기 다른 빛으로 부서지고 있었다. 그 유혹에 못 이긴 나는 창문 앞 자리로 옮겨 공부를 시작했다. 고개만 들면 바로 보이는 하늘, 나무, 산, 꽃…. 아무리 고 3이라지만 그런 풍경들이 쏟아져 들어오니 마음이 흐뭇했다.
다시 책장으로 눈을 돌려 한 장 한 장 넘기며 보고 있는데 문득 꽃향기 가득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는가 싶더니 어디선가 쏴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나무들이 서로 부대끼며 내는 소리였다. 내 눈앞에서 마치 바람에 몸을 씻듯 흔들리는 대나무들, 은은히 스치는 싱그러운 풀내음과 팔랑 대는 나비들…, 창 밖의 모든 풍경이 너무나 감동스러웠다.
이 순간의 이 느낌, 다른 어디에서도 그대로 느낄 순 없겠지. 나중에, 똑같은 계절에 이곳을 다시 찾아온다 해도…. 언제 이런 때가 다시 올까 이런 생각이 들자 지금의 이 모든 것들을 어딘가에 담아 두고만 싶었다.
쉬는 시간, 난 그런 내 마음을 친구에게 이야기하며 그 행복한 순간을 아쉬워했다. 그러자 한참 얘기를 듣고 난 친구가 그림을 하나 그려 주었다. 상자그림이었는데, 그 상자에는 동그란 구멍이 하나 뚫려 있고, 상자 옆에는 여기에 다 담았음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잘 보면 덤으로 토끼나 양, 뭐 그런 게 있을지도…라고 <어린 왕자>를 떠올리는 유머를 덧붙였다.
난 어린애처럼 그 구멍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깜찍한 친구의 재치와 그 마음에 한 번 더 감동을 받았다. 시험을 이틀 앞둔 힘든 날이었지만 그날 난 더없이 행복했다.
대나무 숲 바람 소리 상자그림은 지금도 내 일기장에 담겨 있는데, 그걸 보고 있노라면 신기하게도 그때의 풍경, 바람, 향기, 햇빛 속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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