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 속의 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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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과 지연을 떠나지 못한 자

“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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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 교수┃순복음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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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해를 정리할 때이다. 매년 연말을 보내면서 서로에게 질문해야 하는 문제는 과연 새해 초에 계획하고 결단한 것을 모두 이루었는가 아니면 연초에 계획하고 연말에 이루지 못한 것을 반성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가이다.

이런 문제 앞에서 구약 성경에 나오는 데라는 시작한 것을 완전히 끝내지 못하는 자들에게 여러 가지 생각할 점을 주고 있다.

중요한 인물의 이야기는 족보로 시작한다(창 5:1 : 아담; 창 6:9 : 노아; 창 10:1 : 노아의 아들들; 창 11:10 : 셈; 창 11:27 : 데라; 창 25:12 : 이스마엘; 창 25:19 : 이삭; 창 36:1 : 에서; 창 37:2 : 야곱). 그런데 구약성경 속에서 아브라함의 중요성을 비추어 볼 때 아브라함의 족보가 창세기에 나오지 않는 것이 놀라운 일이다. 구약성경은 분명 아브라함의 족보가 아니라 데라의 족보를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학자들은 족보를 통해 본다면 데라가 비록 주도적인 역할은 아닐찌라도 아브라함의 집안이 갈대아 우르에서 나올 당시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창세기 11장 31절은 아브라함이 아니라 데라가 아브람, 사래, 롯을 데리고 갈대아 우르를 떠났으나 결국 중간 지점인 하란에 머물렀다고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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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라가 그 아들 아브람과 하란의 아들인 그의 손자 롯과 그의 며느리 아브람의 아내 사래를 데리고 갈대아인의 우르를 떠나 가나안 땅으로 가고자 하더니 하란에 이르러 거기 거류하였으며” (창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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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데라는 하란에서 멈추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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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라가 하란에서 멈춘 이유에 대해 종교적 원인, 건강상의 원인, 문화적 원인 등을 들어왔다. 하나님이 데라가 죽은 뒤 아브람을 부르실 때 제일 먼저 본토와 친척과 아비집을 떠나라고 명령하신 것에 근거한다면, 데라는 본토와 친척을 떠나지 못한 자로 규정할 수 있다. 즉 데라는 혈연과 지연을 떠나지 못한 실패자로 묘사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희한하게도 데라의 이름이 ‘지연하다’라는 뜻이라는 사실은 그가 본토와 친척과 아비집을 떠나려는 아브라함의 진로를 인간적으로 지연시켰을 가능성을 암시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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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게 우르에서 하란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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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르와 비슷한 문화권에 있었고 큰 상업도시였던 하란이었기에 누구라도 자진해서 우르에서 하란까지 올 수는 있다. 그러나 하란에서 가나안은 아무도 자진해서 가려고 하지 않는다. 데라는 처음에는 가나안 땅으로 가려고 했으나 하란에 오자 하란에 머물게 되었다. 목적지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포기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하나님께서 다시 아브라함에게 가나안땅으로 가리고 명한다(창 12:1). 이번에는 데라를 제외한 아브라함, 사라, 롯이 하나님의 약속을 가지고 하란을 떠나게 된다(창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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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포기한 자는 시작도 안 한자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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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갈대아 우르에 있었던 데라의 가족은 일찍 죽은 하란을 제외하더라도 7명이었다(창 11:27-29). 그러나 이 가운데 막상 갈대아 우르를 떠난 자는 데라, 아브라함, 사라, 롯으로 나홀, 밀가, 아스가는 아예 갈대아 우르에서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성경은 처음부터 아예 나오지 않은 나홀, 밀가, 아스가나 중간에 하란에 머물렀다가 죽은 데라를 똑같이 취급하여 이후에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스데반은 자신의 설교에서 약속을 받은 아브라함을 강조하면서 아예 데라의 존재를 무시하고 있다 (행 7:1-8). 그러나 신약성경에는 창세기에 없는 것이 하나 나타나는데 그것은 아브라함의 족보이다. 즉 처음에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았지만 중간에 포기한 데라는 신약에서 언급되지 않고 끝까지 순종한 아브라함의 족보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마 1:1).

중간에 그만 둔 데라나 아예 시작도 하지 않았던 가족들에 대한 평가를 똑같이 하고 있는 구약성경은 매년 처음의 목표와 신앙결심을 오래 간직하지 못하고 중간에서 포기하고 있는 현대 기독교인들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